쌀값 폭락에 ‘우선 지급금’ 첫 환수사태…농민 반발정치권 “환수 대신 정부가 결손 처리해야”
쌀 우선 지급금을 둘러싼 정부와 농민의 갈등이 폭발 직전이다.우선 지급금을 설 이후인 2월부터 당장 받아내겠다는 정부와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 없이는 반납할 수 없다는 농민이 팽팽히 맞서있기 때문이다.
전북, 전남, 충남, 충북 등 농도(農道)를 중심으로 한 농민단체가 이미 환수방침 철회를 촉구한 데 이어 조직적인 거부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정치권도 “환수 대신 정부가 결손 처리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우선 지급금은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수확 철에 공공비축미나 시장 격리곡을 매입할 때 현장에서 미리 지급한 돈이다.
이 돈은 지난해 8월 1등급 40㎏ 포대 기준으로 산지 쌀값 93% 수준인 4만5천원에 책정됐다.
하지만 쌀값이 폭락하면서 실제 매입가격은 4만4천140원으로 확정됐다.
시장에서는 예년 5만원대였던 쌀값이 3만5천원까지 폭락해 30년 전으로 되돌아갔고, 지난해 쌀값은 전년보다 20% 안팎 떨어졌다.
이 때문에 포대당 차액(평균 862원)이 발생해 농민들은 이미 받은 돈 가운데 해당 금액을 돌려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상 초유의 쌀 우선 지급금 일부 환수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환수 금액은 모두 25만 농가에 총 197억2천만원으로, 농가당 평균 7만8천원 가량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선 지급금 가운데 쌀값 하락으로 발생한 차액을 확정해 2월부터 농협을 통해 환수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돌려받지 못하면 앞으로 ‘잘못된 선례’가 매년 되풀이돼 국고가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농민들은 농가소득 감소 대책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환수에만 급급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모(61·전북 정읍) 씨는 “정부의 환수 강행은 쌀값 폭락으로 멍든 농심을 더욱더 후벼 파는 일”이라며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반납하지 않을 작정”이라고 주장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전북도 연맹 등도 이달 중순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우선 지급금 환수방침은 쌀값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무능함의 극치”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쌀값 폭락 근본 원인은 무분별한 쌀수입과 정부의 무능한 양곡 정책”이라며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정부는 쌀값 대폭락으로 고통받는 농민들에게 환수에 응하지 않으면 추후 불이익을 준다며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도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농식품부가 참여한 가운데 지난 17일 ‘우선 지급금 환수 대책회의’를 열고 철회를 촉구했다.
국민의당은 “우선 지급금 차액을 농가로부터 환수하면 큰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면서 “사상 초유의 쌀값 폭락은 정부의 쌀 수급 정책실패에서 크게 기인한 것인데도 그 피해를 농가에 이중으로 전가하는 환수계획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종회 국회의원(전북 김제·부안)은 “우선 지급금 차액은 농가에서 환수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결손처리 하거나 앞으로 지급될 변동직불금 등에 상계해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득 감소에 시름 하는 농민의 동요를 고려해 우선 지급금 책정 방식을 바꾸는 등 제도를 정비하고 환수액을 앞으로 농민이 받게 될 직불금에서 상계하자는 것이다.
전남도는 농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앞으로 변동직불금 등을 지급할 때 환수액만큼 상계처리하는 내용으로 농민의 위임을 받는 등 대책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경제 논리에 비춰보면 환수하는 게 타당하지만, 농민들은 수중에 들어온 돈을 내놓아야 하니 반발이 예상된다”며 “다음 달 고지서가 농가에 전달되면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절충점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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