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운영은 장시호가”…장시호 “최순실이 구체적 지시”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와 조카 장시호씨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운영 책임자로 서로를 지목하며 법정에서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3일 최씨와 장씨의 속행공판을 열고 영재센터 후원금 강요 등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에 관해 증인신문을 했다. 이날은 최씨의 개인 비서로 있던 엄모씨가 증인으로 소환됐다.
장씨 측 변호인은 영재센터 직원이었던 김모씨가 업무 시간에 술에 취한 채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씨에게 혼났던 점을 언급하면서 엄씨의 부연 설명을 요청했다.
당시 김씨는 후원금을 요청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프리젠테이션(PPT)을 갔다 돌아온 상태였는데, 상황을 제때 보고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최씨에게 질책을 받았다는 게 장씨 측의 설명이다.
장씨 측은 “김씨는 영재센터 직원인데 최씨가 근무 태도를 이유로 혼내는 것은 이상하다”며 “최씨가 영재센터 일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엄씨는 “그날 프리젠테이션이 중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장씨가 먼저 걱정하고 김씨를 찾아다녔다”며 “그러던 중 최씨가 김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을 알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최씨 측 변호인은 엄씨가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이 영재센터 운영에 깊이 관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진술했던 점을 지적했다. 또 “영재센터 운영 자체는 장씨가 한 게 맞지 않나”라고 엄씨에게 물었고, 엄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장씨와 최씨는 영재센터를 설립하고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영향력을 동원해 후원금 명목으로 삼성그룹에서 총 16억2천800만원을 받아낸 혐의 등을 받는다.
장씨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최씨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며 책임을 일부 회피하는 입장이다. 반면 최씨는 영재센터 일에 일부 조언해줬을 뿐 실제 운영은 장씨의 몫이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엄씨는 최씨와 장씨를 ‘상하관계’라고 진술하면서도 영재센터 사업과 관련해 지시를 주고받는 사이였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최씨 측이 “영재센터와 관련해 최씨가 장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한 것인가, 아니면 가족관계에서 (최씨가) 윗사람이었다는 건가”라고 묻자, 엄씨는 “전반적으로 비즈니스(사업)적인 상하관계를 말씀드린 것이고, 영재센터 지시와 관련한 부분은 잘 모른다”고 진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