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위안부 증명할 영상 최초 공개…73년만에 빛 봤다

한국인 위안부 증명할 영상 최초 공개…73년만에 빛 봤다

입력 2017-07-05 15:55
수정 2017-07-0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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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사진·문서·증언으로만 ‘존재’

1944년 일본군 위안부(한국인)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73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금까지 중국인 위안부를 찍은 영상이 공개된 적이 있지만, 한국인 위안부는 문서·사진과 증언만이 참상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돼왔다. 영상은 없었다.

이번에 영상이 처음으로 발굴되면서 일본군이 종군 위안부를 운영했다는 입증 자료가 더욱 탄탄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교수팀은 5일 중국 운남성 송산(松山)에 포로로 잡혀있던 위안부 7명을 촬영한 18초짜리 흑백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이 있을 것이란 단서를 잡은 연구팀이 2년간 추적에 들어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소장 필름 수백 통을 일일이 뒤진 끝에 찾아낸 영상이다.

영상 속에서 미·중 연합군 산하 제8군사령부 참모장교인 신카이 대위(중국군 장교)로 추정되는 남성이 위안부 1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나머지 여성들은 초조하고 두려운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다.

푹 숙인 고개를 들지 못하는 여성도 있다. 모두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맨발로 서 있다.

영상이 촬영된 1944년 9월 8일 직후는 아시아·태평양 전쟁이 일본의 패전으로 치닫고, 일본군이 점령한 중국 송산을 미·중 연합군이 탈환한 시기다.

이때 일본군 위안부로 있던 24명 중 10명이 생존해 연합군 포로로 잡혔다.

지친 표정으로 기댄 만삭의 여인 등 당시 미·중 연합군 포로가 된 위안부의 모습을 담은 사진 4장은 세상에 공개돼 지금까지 참상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2000년에는 고(故) 박영심 할머니가 사진 속 만삭 여인이 자신이라고 밝히면서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에 담긴 여인들은 사진 속 인물과 얼굴, 옷차림이 같다. 한국인이라고 특정할 수 있는 근거다. 고 박영심 할머니는 사산한 뒤 중국군의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영상에는 보이지 않는다.

연구팀은 영상 속 한국인 위안부가 정확히 누구인지 특정할 수는 없지만, 미·중 연합군이 포로 심문 과정에서 만든 ‘조선인 위안부 명부’에 적혀있는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명부에는 한국 이름과 당시 나이, 고향이 나온다. 박영심 할머니 이름도 표기돼 있다.

연구팀은 위안부 영상을 촬영한 미군 병장이 함께 찍은 다른 영상도 공개했다. 중국 용릉에 있는 그랜드 호텔을 담은 것으로, 일본군 위안소로 사용된 곳이다.

영상 발굴은 서울시가 진행하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연구 관련 예산을 끊거나 삭감하자 서울시가 서울대 연구팀에 예산을 지원해 발굴 사업을 해왔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선 여전히 일본 정부와 일본군의 공문서가 압도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연구자들의 문서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해외 조사를 통한 자료 발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게 서울시와 연구팀의 설명이다.

현재 위안부 할머니는 38명만 생존해 있다.

연구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더 늦기 전에 일본군 위안부 자료의 체계적 조사와 수집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서 조사·발굴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불행한 역사도 기록하고 기억해야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만큼 앞으로도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 세우는 데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중국 등 8개국 1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제연대위원회는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유네스코에 2천744건의 기록물을 신청했으며, 올해 9월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발굴된 위안부 영상자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큰 힘을 실을 것으로 보고, 등재를 위해 힘을 보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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