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인증’이 ‘분노인증’으로…180도 달라진 가상화폐 커뮤니티

‘수익인증’이 ‘분노인증’으로…180도 달라진 가상화폐 커뮤니티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1-21 11:05
수정 2018-01-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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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장’ 속 훈훈했던 게시판, 폭락세에 ‘분노·좌절’이 점령

“모니터 부쉈다. ‘떡락’(급락)하는 이유 모르겠고 너무 열 받아서 부쉈다. 코인판 떠난다. 너무 억울하다.”

21일 각종 가상화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폭락한 가상화폐 가격이 회복하지 못하면서 투자 손해에 대한 분노를 인증하는 내용이다.

지난달과 비교해 가상화폐 가격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손해를 본 투자자도 그만큼 많아졌다.

한때 가상화폐를 ‘밝은 미래’를 위한 투자 수단으로 보고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뤘던 인터넷 공간이 이제는 좌절과 분노가 가득한 곳으로 변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갤러리’ 게시판을 보면 ‘-70%다. X 같아서 세수하다가 세면대 깨버렸다’라는 글과 깨진 세면대 사진이 올라왔다. ‘낮술하고 차트 보고 빡쳐서 문짝 의자로 내려찍음’이라는 글과 함께 처참히 부서진 문이 찍힌 사진까지 올라왔다.

다른 이용자들도 ‘-55% 손절했는데 다시 오른다. X나 화난다’, ‘엄마 돈 반 토막 내놓으니까 엄마가 김치 던짐’ 등의 글과 인증 사진을 올렸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코인으로 흙수저 탈출했다. 이제 수저가 없어 맨손이 됐다’, ‘비트코인이 아니라 비트고인이 됐다’, ‘하락장도 며칠이지 이건 진짜 못 버티겠다’ 등의 부정적인 글이 많았다.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이어서 각종 물건을 부순 것이 실제 행동인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게시판 분위기가 한 달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의 2배 정도인 2천300만∼2천500만원을 유지하고 상승장이 이어지던 작년 12월 인터넷 커뮤니티는 장밋빛 희망으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많게는 수억원에서 적게는 수백만원까지 자신의 수익을 인증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각종 가상화폐의 전망, 차트 분석 등 정보 글도 이따금 올라왔다.

하지만 지금은 분노를 담은 글과 하소연이 주를 이뤘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조롱하는 유머 글까지 올라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노 인증’은 결국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투자를 시작했다가 순식간에 거액을 잃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큰 법이다. 희망을 너무 가졌다가 손해를 보니 실망감이 분노로 번지게 된 것”이라며 “한두 사람의 분노 표출 글이 다른 사람에게도 분노를 전염시켜 여러 ‘분노 인증’이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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