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항 1부두 7.4% 감소→11.1% 증가, 2부두 7% 증가→2.1% 감소
터미널에서 실제로 처리한 컨테이너 물량과 큰 차이를 보여온 부산항의 엉터리 통계가 결국 지난해 일부 터미널의 증감을 뒤바꾸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이어졌다.지난 10월 26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가득 들어찬 모습.
부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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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부두 운영사인 PNIT는 지난해 물량이 2016년보다 7.4% 줄어든 221만9천여개라며 항만공사 집계가 크게 잘못됐다고 밝혔다.
신항 2부두의 물량 통계는 이와 정반대다.
실제로 처리한 컨테이너가 502만6천여개로 부산항의 9개 터미널 가운데 처음으로 500만개를 돌파했음에도 항만공사는 50만개나 적은 452만7천여개라고 집계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7.0%의 증가를 기록했지만 항만공사 통계에서는 2.14% 감소한 것으로 뒤바뀌었다.
나머지 터미널들의 물량도 항만공사 통계와 차이가 난다.
북항 자성대부두는 실제보다 7만2천여개, 신감만부두는 5만2천여개가 많게 집계한 반면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의 물량은 1만2천여개 적게 반영했다.
신항 3부두는 5만1천여개, 4부두는 7만3천여개, 5부두는 1만9천여개 실제보다 적게 통계에 잡혔다.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는 지난해 12월 26일 물동량 2천만 돌파 기념식을 열고 물동량 증대에 기여한 공로로 신항 1부두와 5부두 운영사를 표창했다.
5부두는 지난해 물동량 증가율이 25.49%로 부산항 9개 터미널 가운데 가장 높았다.
1부두는 지난해 물량이 크게 줄었는데도 표창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지난해 부산항 터미널 가운데 처음으로 500만개를 돌파한 2부두 운영사는 상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운영사들은 “물동량 통계가 실제와 큰 차이를 보이는 문제를 10여년 전부터 지적했으나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는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급기야 일부 터미널의 증감마저 뒤바뀐 통계를 내놓아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국가 망신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한 운영사 관계자는 “터미널에서 실제 처리한 물량과 항만공사 통계가 차이 나는 것은 시스템 자체가 물동량 집계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가 물동량 통계 작성에 사용하는 시스템은 선박과 화물의 입출항료를 징수하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선사나 대리점의 신고에 의존한다.
선사가 애초 신고한 터미널이 혼잡해 다른 터미널로 옮겨 하역할 경우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선사 등이 하역할 터미널을 잘못 입력해도 이를 걸러내지 못한다.
반면 운영사들은 실제로 하역한 물량을 실시간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정확하다.
해수부와 항만공사가 현행 시스템의 문제를 장기간 방치하는 동안 세계 6위 항만인 부산항의 물동량 통계에 대한 국제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PSA, 아랍에미리트의 DP월드, 홍콩의 허치슨 등 다국적 터미널업체가 최대주주인 터미널 운영사들은 “부산항 물동량을 외국 본사에 보고할 때마다 공식 통계와 터미널 집계가 왜 큰 차이를 보이는지를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본사도 이제는 항만공사 통계의 부정확성을 알리고 아예 무시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운영사 관계자들은 “터미널별 물량이 정확하지 않으면 신규 부두 건설이나 환적화물 부두 간 이동 문제 등 항만효율과 관련한 각종 정책이 왜곡될 소지가 크다”며 “항만공사가 터미널 운영사들의 자료를 공유하거나 실제 처리물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통계의 정확성을 확보할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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