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선 교육과정평가원장 “시험 후 닷새 안에 예상 등급컷 공개” “수능이 꼭 공정하지는 않아…가정환경 따른 성적차 심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이 15년 만에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뤄진 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가채점 점수를 적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험생들이 정보가 부족해 입시학원에 기대거나 전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며 수능 가채점 결과 발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6월 모의평가에서 시범실시해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며 “1차 채점(가채점)인 만큼 수험생들이 ‘참고’만 해달라는 전제를 달아 6월 모의평가 4∼5일 뒤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03학년도와 2004학년도 수능에서 표본채점을 해 발표하는 제도를 뒀었다.
수능 다음 날 응시생 4만명을 뽑아 가채점한 뒤 영역별 평균점수 등을 발표하는 식이다.
하지만 표본채점 결과와 실제 채점 결과 사이에 차이가 크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선택형 수능이 시행되면서 2005학년도부터는 표본채점 제도를 폐지했다.
현재는 수능과 모의평가를 치른 뒤 3주일이 지나야 개인별 성적과 등급구분점수(등급 컷)을 알 수 있다.
그 사이 학생들은 자신이 쓴 답을 가채점해볼 수 있지만, 이 점수가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위치인지는 알 수 없어 입시학원 정보나 유·무료 컨설팅을 활용해 왔다.
성 원장은 “입시학원들이 (예상 등급 컷을 발표하며) 설명회 등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의 현상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학생부종합전형보다 수능이 공정한 입시제도라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과 관련해 다소 다른 의견을 내놨다.
성장환경 등이 다른 학생들을 똑같은 규칙으로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 원장은 “1980년대 중반 서울 중학생 약 2천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2000년대 중반 서울대연구소에서 한 비슷한 연구 결과를 비교해보니 가정환경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졌다”며 수능이 객관적이기는 하지만 출발선이 다른 학생들을 같은 잣대로 평가한다는 측면에서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어떤 전형이든 한쪽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의 학종 쏠림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성 원장은 “학종으로 신입생의 70∼80%를 선발하면 학종이 그만큼 검증된 방법이냐는 문제는 둘째치고 (다양한 도전)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학생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뀔 경우와 관련해서는 “영어영역의 경우 평가방식을 바꿨지만 난도를 낮추지 않았다”며 “이처럼 당분간은 기존의 출제방식과 난이도를 유지하는 방안을 쓰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최근 이슈화한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은 관련 학회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달 5일께 교육부에 제출한다.
성 원장은 논란이 된 6·25 ‘남침’ 표현 삭제와 관련해 “목차를 정하는 게 아니라 집필기준을 큰 틀에서 ‘대강화’하는 것”이라며 “(큰 틀의 집필기준에) 남침이니, 병력이 얼마나 사망했느니 하는 내용을 세부적으로 넣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만, 미국이 6·25 남침을 유도한 것이라는 학설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예시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과서의 중립성을 강조하며 “정부가 바뀌면 연구소가 새 정부 정책에 맞춰 과제를 수행할 수 있지만 중립성과 전문성을 지켜야 하는 영역은 철저히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