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 2차 피해 44.5% 가족·주변인에 의해 발생”
“나도 당했다”며 용기를 내 성폭력 피해를 알리는 미투 운동이 가족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세종대 교수 미투 폭로
충북 청주에 사는 50대 여성 A씨는 10대 시절 친오빠에게 성폭행당한 일을 지난 1월 가족에게 털어놨다.
40여년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지만, 확산하는 미투 운동을 보고 용기를 얻어 곪았던 상처를 헤집어 낸 것이었다.
하지만 A씨에게 돌아온 것은 따뜻한 위로나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니었다.
그의 어머니는 “옛날에는 많이 당하고 살았는데 그런 얘기를 지금에 와서 왜 꺼내느냐”며 만류했다.
폭로 소식을 들은 친오빠는 성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후 송사에 휘말리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죽는 날까지 감추려고 하다 용기를 낸 것인데 가정까지 못 지키면 어쩌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지난 10일 SNS를 통해 미투 운동에 동참한 또 다른 여성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종종 당해 도망 다니다시피 살았다”면서 “참다못해 문제를 제기했더니 아버지는 ‘그런 일 없다’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고 밝혔다.
미투 운동이 확산한 지난 1월 30일부터 3월 6일까지 한국여성의전화에 접수된 성폭력 피해 상담은 1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피해 상담 중 피·가해자의 주변인과 가족에 의한 2차 피해 비중은 44.5%로 가장 많았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친족 성폭력도 미투하고 싶어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가족이라는 은밀한 특수성으로 피해자는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기 힘들다”면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성폭력 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해바라기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중 가족이나 친척인 경우가 2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성 단체 관계자는 “가족이나 친족간 성범죄 피해자들은 관계가 깨질까 봐, 혹은 보복이 두려워 피해를 알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친족간 성폭력은 반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