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선택 혹은 폐지 권고
학교측 “56년 공동체 교육” 반박대학에서 진행하는 합숙 인성교육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태움’(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이라 불리는 간호사 사이 괴롭힘 문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대학에서 이뤄지는 강제적인 합숙도 함께 도마 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12일 서울여대 총장에게 2~3주간 교내에서 진행되는 교양 필수과목인 인성교육을 선택 과목으로 전환하거나 합숙 방식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여대는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각각 2~3주간(지난해 기준) 교내 교육관에서 합숙 인성교육을 진행해 왔다. 이 기간에 학생들은 외출·외박, 음주·흡연, 외부음식 반입 등을 할 수 없다. 위반하는 학생에게는 학점에서 불이익이 주어졌다.
지난해 3월 이 학교 학생은 “합숙 교육으로 자유시간이 통제받고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어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 우울증과 스트레스도 경험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4월부터 12월까지 학교에 대한 직권조사를 벌였다. 학교 측은 “해당 인성교육은 개교 이래 56년간 실시해온 생활학습공동체 기반 교육과정”이라고 반박했다.
인권위가 재학생 2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합숙 교육을 ‘원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64.3%로 과반을 차지했다. ‘필수 사항이라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응답은 29.8%, ‘원했다’는 응답은 5.9%로 집계됐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인권위는 “교육은 받는 사람이 능동적이고 자발적일 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제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합숙형 교육은 목적 달성이 어렵다”면서 “다른 대학들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단기교육의 형태로 인성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인성교육에 반드시 합숙이 필요하다는 합리적 인과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2018-03-13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