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여럿이서 차례로 폭행해 다쳤을 때 모두처벌, 합헌”

헌재 “여럿이서 차례로 폭행해 다쳤을 때 모두처벌, 합헌”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4-03 14:29
업데이트 2018-04-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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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보호에 필요”…‘4대 5’로 가까스로 합헌 결정

여러 사람이 순차적으로 폭행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누구를 상해죄로 처벌해야 할까. 형법은 이런 경우 가해자 전부를 상해죄로 처벌한다. 이른바 ‘상해죄의 동시범 특례’로 불리는 형법 제263조다. 자신이 한 범행에만 법적 책임을 진다는 형사법의 ‘책임주의’ 원칙에 예외를 둔 것이다.

그런데 법원이 지난해 1월 공동폭행 사건을 심리하다 이 조항이 헌법에 어긋날 수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형사법 분야의 오래된 논쟁거리인 특례조항의 위헌 여부를 법원이 다시 꺼내 든 것이다.

위헌론자들은 이 조항이 상해죄의 진범이 아닌 자에게도 책임을 물어 책임 이상의 형벌을 받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범죄의 원인이 된 행위가 판명되지 않을 때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는 형사법 원칙과도 상충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합헌론자들은 현실적 이유를 든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폭행을 방지하는 효과를 높이려면 특례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실제로 크게 다치지 않는 폭행 사건에서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으므로 책임주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헌재는 이 사안을 1년 2개월간 심리한 끝에 지난달 29일 재판관 4(합헌)대 5 의견으로 특례조항이 합헌이라고 결론 내렸다. 위헌 의견이 더 많았지만, 위헌정족수 6명을 채우지 못해 특례조항은 가까스로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헌재는 “가해행위(폭행)가 가지는 특수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범죄 발생을 예방하고, 실질적인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규정된 조항이므로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각각의 폭행이 함께 다치는 결과를 발생시키는 일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나고, 피해자의 사망 등 중한 결과를 야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피해자가 다쳤는데 가해자가 그 피해에 기여하지 않은 행위는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진성 헌재소장과 김창종·서기석·조용호·이선애 재판관은 “원인 행위가 밝혀지지 않은 불이익을 피고인에게 부담시켜 수사기관이 져야 할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보다 한 명 더 많았지만, 정족수(6명)에 못 미쳐 위헌결정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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