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털어놓은 이학수의 고백…“이건희 사면 기대한 건 사실”

검찰에 털어놓은 이학수의 고백…“이건희 사면 기대한 건 사실”

입력 2018-07-10 14:28
업데이트 2018-07-10 14:2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검찰, 삼성의 다스 소송 비용 대납 증거로 ‘이학수 자수서’ 법정 공개

이학수 “회사에 여러 도움 기대…회장님 위한 거라 믿었지만 잘못된 판단”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검찰 출석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검찰 출석 ‘다스’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네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지난 2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2.15 연합뉴스
삼성이 과거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기대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다스 소송 비용을 대납했다는 관련자 진술이 공개됐다.

삼성 측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신 내준 것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본 검찰 주장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검찰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자수서를 공개했다.

이 자수서는 이 전 부회장이 지난 2월 검찰에 출석하며 제출한 것이다.

자수서에서 이 전 부회장은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납한 경위를 설명했다.

이 전 부회장에 따르면 미국의 다스 소송을 맡았던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의 김석한 변호사가 2008년 하반기나 2009년 초 이 전 부회장을 찾아왔다.

김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과 관련한 미국 내 소송 등 법률 조력 업무를 에이킨 검프에서 대리하게 됐다. 대통령을 돕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비용을 청와대에서 마련할 수 없고 정부가 지급하는 건 불법이니 삼성이 대신 부담해주면 국가적으로도 도움되고 청와대도 고마워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수서에는 김 변호사가 “이런 제안을 청와대에 했더니 대통령과 김백준 기획관도 그래 주면 좋겠다고 했다”는 말도 했다고 기재돼 있다.

이 전 부회장은 “김석한이 제게 ‘청와대 법률이슈 대리 비용이라면서 ’구체적으로 말할까요‘라고 하기에 ’나랏일인데 내가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고 자수사에 적었다.

이 전 부회장의 기억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그 후 몇 번 이 전 부회장 사무실에 들러 다스의 소송 비용 얘기를 2∼3차례 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께 그 내용을 보고드렸더니 ’청와대 요청이면 그렇게 하라‘고 하셔서 김석한에게 삼성이 에이킨 검프 소송 비용을 대신 부담하겠다고 했다”며 “이후 실무 책임자를 불러 김석한에게서 요청이 오면 너무 박하게 따지지 말고 잘 도와주라고 지시했다”고 적었다.

이 전 부회장은 지급 내용에 대해선 “에이킨 검프가 삼성전자에 청구하면 그 비용을 대신 지급했다. 300만불∼400만불 정도 되고, 본사에서 직접 고문료 형태로 지급하다 미국 법인에서도 별도로 지급하기도 했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다”고 기억했다.

이 전 부회장은 그 후 김백준 기획관으로부터 “삼성이 대통령을 도와주기 위해 에이킨 검프에 지급한 돈 중 남은 돈을 김석한이 보관하고 있는데, 그걸 돌려달라고 했더니 김석한이 ’그건 삼성에 돌려주는 게 맞다‘고 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적었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이 다스 소송 비용을 대납한 이유에 대해선 “당시 삼성에서 대통령 측 미국 내 법률 비용을 대신 지급하면 여러 가지로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기대를 한 게 사실이다”라고 털어놨다.

특히 “삼성이 회장님의 사면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는 청와대에도 당연히 전달됐을 것이다. 저희가 소송 비용을 대신 지급하는 게 나중에 사면에도 조금은 도움되지 않겠나 기대가진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 전 부회장은 검찰 수사 당시 해외에 체류 중이었지만 자신에 대한 수사 소식을 듣고 조기 귀국했다.

그는 자수서에서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사건이라 저의 잘못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법적 책임을 감당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조기 귀국했다”며 “당시엔 회사와 회장님을 위한 거라 믿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못된 판단”이라고 후회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