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잤는데도 단속 걸리나요?”...음주운전자의 ‘통하지 않는’ 변명

“술 먹고 잤는데도 단속 걸리나요?”...음주운전자의 ‘통하지 않는’ 변명

이하영 기자
입력 2018-07-27 17:45
업데이트 2018-07-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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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장례식장에서 막걸리 한 병 마셨는데, 한 4시간 자고 일어나서 괜찮을 줄 알았어요. 단속에 걸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27일 오전 9시 30분쯤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인근 도로에서 음주단속에 적발된 김모(58)씨가 억울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마포경찰서 교통안전과 소속 경찰관 6명은 오전 9시부터 한시간동안 불시 음주단속을 실시했다.
27일 경찰이 서울 마포구 난지나들목 인근에서 불시 음주단속에 나섰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동안 이뤄진 음주단속에서 1명이 적발됐다. 2018.7.27 신형철기자 hsdori@seoul.co.kr
27일 경찰이 서울 마포구 난지나들목 인근에서 불시 음주단속에 나섰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동안 이뤄진 음주단속에서 1명이 적발됐다. 2018.7.27 신형철기자 hsdori@seoul.co.kr
경찰관이 김씨의 SUV 차량을 세우고 음주측정기를 내보이며 “쭉 불어 주세요”라고 말하자, 김씨는 빈속이라면서 입을 헹구기 위한 용도로 준비된 물을 연신 들이켰다. 김씨가 시간을 끌자 경찰은 “5분 간격으로 3번 거부하면 강제 면허 취소되고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습니다”라며 주의를 줬다.

김씨가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자 빨간색 불이 들어오며 ‘삐삐삐’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혈중알콜농도는 0.071%. 면허 100일 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는 수치다.

김씨는 억울해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한 번 더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봤지만, 다시 한 번 ‘삐삐삐’ 소리가 날 뿐이었다. 김씨는 “친구 아내가 세상을 떠나 상갓집에 다녀와서 그렇다”며 “잠을 별로 못 잔 것을 참고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진술서에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 선처를 바란다’고 적었다.
27일 서울 마포구 난지나들목 인근에서 오전 9시부터 진행된 음주단속에서 50대 남성이 적발됐다. 남성은 “음주단속에 걸릴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2018.7.27 신형철기자 hsdori@seoul.co.kr
27일 서울 마포구 난지나들목 인근에서 오전 9시부터 진행된 음주단속에서 50대 남성이 적발됐다. 남성은 “음주단속에 걸릴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2018.7.27 신형철기자 hsdori@seoul.co.kr
많은 운전자들이 김씨처럼 ‘조금 자고 일어나면 운전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경찰은 ‘잘못된 상식’이라고 못박았다. 황규영 마포경찰서 교통안전과 팀장은 “밤에 술 마시고 잔 후 아침에 운전대를 잡은 사람도 단속에 걸릴 수 있다”면서 “사람마다 술을 분해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잠을 잤어도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찰의 불시 음주단속에 시민들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구리 방향으로 향하던 운전자들은 음주단속에 응하기 위해 긴 줄을 설 수밖에 없었다.

한 외제차 운전자는 “길 막히는데 이게 뭐하는 거냐”면서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경찰에게 따져 물었다. 뒤따르던 승합차, 승용차, 택시운전자 등도 “도대체 이 시간에 왜 단속을 하느냐”며 경찰에 항의했다.
27일 오전 9시부터 서울 마포구 난지나들목 인근에서 불시 음주단속이 이뤄졌다. 음주단속에 응하기 위해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2018.7.27 신형철기자 hsdori@seoul.co.kr
27일 오전 9시부터 서울 마포구 난지나들목 인근에서 불시 음주단속이 이뤄졌다. 음주단속에 응하기 위해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2018.7.27 신형철기자 hsdori@seoul.co.kr
그러나 경찰은 “아침 시간 단속이 꼭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황 팀장은 “밤새 술을 마시고 아침에 하는 음주운전은 신호대기 중 잠드는 등 졸음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경우 사고 위험이 높고 타인의 안전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음주단속은 음주운전자 1명을 적발하고 10시 5분에 마무리됐다.

경찰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이날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서울 시내 피서지 인근에서 불시 음주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유원지, 캠핑장, 국립공원 등 인근 도로에서 단속을 진행한다. 이태원, 홍대, 선릉 등 유흥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야간 음주단속도 진행한다.

경찰 관계자는 “주말에도 캠핑장 주변에서 수시로 음주단속을 할 예정이고 휴가철 동안 밤낮 할 것 없이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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