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우리 아직 여기 있소” 92세 김복동 할머니 빗속 외침

“아베, 우리 아직 여기 있소” 92세 김복동 할머니 빗속 외침

이하영 기자
입력 2018-09-03 23:06
업데이트 2018-09-06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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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치유재단 해산 촉구’ 1인 시위

암 투병 중, 수술 5일 만에 거리 나와
日기자에 “미안하다고만 하면 된다”

“우리를 보러 온 적도 없는 사람들이 (위안부) 할머니 팔아 월급 받는 게 우스운 일 아닙니까.”

92세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를 뚫고 나온 김 할머니는 준비된 휠체어도 마다하고 “내가 걸어가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관계자들의 만류로 결국 휠체어에 오른 김 할머니는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 김복동’이라고 적힌 노란 피켓을 들고 외교부 후문 앞에 자리잡았다.

김 할머니는 “수술한 지 5일밖에 안 됐는데 방에 드러누워 있어도 속이 상해 죽겠어서 나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암 투병 중인 김 할머니는 최근 콩팥 쪽에도 문제가 생겨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 같은 여성이니 잘 좀 부탁한다’며 당장 해결 지을 것처럼 하더니 서로 화해하기로 했다면서 위로금을 떡하니 받아 왔다”면서 “정부에 일본이랑 싸우는 건 우리가 할 테니 재단 좀 철거해 달라고 말했는데도 아직까지 꼼짝 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할머니는 현장을 찾은 일본 일간지 기자에게 “하루라도 서로 좋게 지내려면 아베가 나서 해결을 지어 달라고 꼭 일본 신문에 내서 전해 달라”면서 “처참하게 겪은 식민지 시대의 잘못에 대해 그저 기자들 모아 놓고 ‘우리가 그랬다. 미안하다. 용서해 달라’고만 하면 우리도 용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기억재단은 이날부터 9월 한 달간 외교부와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매일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18-09-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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