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아이스버킷 챌린지 런’ 행사에 참가한 918명이 일제히 양동이에 든 얼음물을 온몸에 쏟아붓고 있다. 승일희망재단 제공
●벌써 58억원 모였다…이르면 2021년 병원 건립
루게릭병 환자 박승일(전 프로농구 모비스 코치)씨가 세운 승일희망재단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 8월까지 모금된 기부금 총액은 약 58억원으로 집계됐다. 모금 목표 금액인 80억원의 7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 모금액은 16억 8000만원으로 이중 14억원이 아이스버킷 챌린지 행사를 통해 모였다. 적게는 2000원, 많게는 수 천만원을 쾌척한 국민의 따뜻한 손길 덕분에 루게릭병 환자들과 가족들의 ‘꿈’인 요양병원 건립도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셈이다.
앞서 승일희망재단은 지난 5월 경기 용인시에 병원을 건립하기로 확정 짓고, 토지를 사들였다. 내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모금 열기가 식지 않고 계속된다면 3년 뒤에는 100병상 규모의 병원이 탄생할 전망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루게릭병 환자의 가족들 부담을 일부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루게릭병 환자 수는 35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루게릭병은 온몸의 근육이 굳어 결국 전신이 마비되는 희소병이다. 아직 치료제가 없어 불치병에 속한다.
가수 션(왼쪽)이 지난 5월 29일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와 함께 찾은 경기 용인시 루게릭요양병원 부지에서 얼음물을 뒤집어쓰며‘2018년 아이스버킷 챌린지’ 캠페인 시작을 알리고 있다. 승일희망재단 제공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한 릴레이 기부 캠페인인 아이스버킷 챌린지 행사는 2014년 미국에서 시작돼 한 달 만에 1억 달러(약 1000억원)가 모금됐다. 미국에서는 이 금액을 대부분 치료제 연구 비용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국내에서도 아이스버킷 열풍이 불긴 했지만 3개월 만에 흐지부지됐다. 이후 중단된 아이스버킷 행사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핀 것은 지난 5월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를 맡은 가수 션이다. 션은 지난 5월 29일 경기 용인시 루게릭 요양병원 부지에서 직접 얼음물을 뒤집어쓰면서 ‘한국판 아이스버킷’의 부활을 외쳤다. 아이스버킷은 다음 도전자로 선택된 사람이 24시간 안에 얼음물 샤워를 하거나 100달러(10만원)를 기부하고, 자신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장면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인증하는 구조다. 션은 당시 다음 타자로 박보검, 다니엘 헤니, 소녀시대 수영을 지목했고, 이들이 다른 연예인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면서 이 캠페인은 4개월 만에 전국적인 행사로 이어졌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아이스버킷 챌린지 런’ 행사에는 무려 918명이 참가했다. 2014년 미국에서 803명이 참가하면서 세운 세계 신기록을 4년 만에 갈아치웠다. 승일희망재단 측은 “기네스북에 등록할 수도 있었지만 등록 비용이 만만찮고, 기부 금액을 기네스북 등록에 쓴다는 것도 맞지 않아 등록은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예인 착한 나눔에 팬도 동참…학생들은 바자회 수익금 기부
이번 아이스버킷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은 특정 연예인의 팬들이 기부에 동참한다는 점이다. 지난 6월 12일 남성 아이돌 그룹 ‘워너원’ 강다니엘이 엑소(EXO) 찬열의 지목을 받아 아이스버킷에 참여하고 200만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강다니엘 팬들도 잇따라 기부금을 냈다. 승일희망재단이 매달 공개하는 ‘월별 후원자 명단’을 보면 지난 6월과 7월 두 달간 자신의 이름 대신 ‘강다니엘’ 또는 ‘강다니엘 팬’이란 이름으로 기부를 한 사람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밖에 워너원 옹성우, 박보검, 트와이스 팬뿐 아니라 이선희 팬 등도 기부 행렬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바자회를 열고서 수익금을 기부하는가 하면, 기업에서도 최고경영자(CEO)들이 서로 지목하며 아이스버킷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8월 31일 민갑룡 경찰청장을 시작으로 조종묵 소방청장, 조현배 해양경찰청장도 이달 12일 나란히 아이스버킷에 동참했다. 지난 7월 31일 아이스버킷 참가자로 지목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폭염이 끝나면 실행하겠다”고 연기하면서 병원 건립 성금만 냈다.
아이스버킷 특성상 겨울철에는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어 현재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재춘 승일희망재단 실장은 “날씨가 흐리거나 추운 날에는 화장실 또는 주차장 내부에서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참가자도 있다”면서 “겨울철에 중단이 된다면 내년에 다시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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