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산악인’ 김창호 대장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무산소 완등亞 황금피켈상 2번 수상…국제적 인정
“안전한 귀환이 진정한 하산”이라던 그
눈사태·강풍이 캠프 덮쳐 끝내 하산 못해
구르자히말 직벽 아래 베이스캠프 화근
이재훈·유영직 대원, 정준모 이사도 숨져
지난 12일 네팔 히말라야 등반 중 다울라기리 산군의 구르자히말 베이스캠프에서 변을 당한 김창호(49) 대장을 비롯한 한국인 대원 5명과 네팔인 가이드 4명 등 아홉 구의 시신이 14일 오전 수습됐다. 사진은 이번 원정에 참가한 임일진(왼쪽부터) 감독, 김 대장, 이재훈씨, 유영직씨.
카트만두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카트만두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지난 7일 구르자히말의 남쪽 3000m 직벽 아래 해발 3500m 지점에 도착한 원정대는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몸이 좋지 않아 걸어서 하루 걸리는 구르자카지 마을에 내려가 있던 여섯 번째 한국인 대원이 11일 밤부터 교신이 되지 않아 다음날 올라갔더니 베이스캠프는 온데간데없고 대원들은 텐트에 갇힌 채로 추락해 협곡 아래 500m 지점에 시신이 흩어져 있었다. 김 대장과 이재훈(25)·유영직(51) 대원, 영화 ‘히말라야’ 제작에도 참여한 다큐 감독 임일진(49)씨,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들른 정준모(54) 한국산악회 이사 등 한국인 5명과 네팔인 가이드 4명 등 모두 아홉 구의 시신은 14일 아침 동원된 대형 헬리콥터로 모두 수습됐다.
구르자히말은 정상을 발 아래 둔 이가 30명에 그치고 1996년 이후 아무도 성공한 적이 없다. 8000명 가까이 등정한 에베레스트(해발고도 8848m)보다 더 위험한 산이다. 더욱이 이번 원정대는 직벽 아래 비좁은 지형에 캠프를 설치한 것이 화근이 됐다. 참변의 원인은 눈사태와 강풍 두 가지로 나뉜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구조 전문가인 수라지 파우은 “세락(serac·빙하의 갈라진 틈에 의해 생긴 탑 모양 얼음덩이)과 눈이 높은 산에서 떨어져 캠프 부지를 때리면서 생겨난 강력한 돌풍이 대원들을 날려 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고인은 생전에 “가족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하산”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지인이 미국 존 뮤어 트레일을 다녀온다고 하자 자신이 아끼던 침낭을 기꺼이 빌려주는 따듯한 면도 있었다.
외교부는 2명의 신속대응팀이 15일 카트만두로 출발해 시신 운구 및 장례 절차 등을 지원하게 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8-10-15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