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그 한마디 못 듣고…이제 25명만 남았습니다

미안합니다, 그 한마디 못 듣고…이제 25명만 남았습니다

이하영 기자
입력 2018-12-26 21:48
업데이트 2018-12-27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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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마지막 수요시위

올해만 위안부 할머니 8명 하늘로 떠나
“생존자들 90세 넘어… 시간 많지 않아”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367차 정기 수요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김복득 할머니 등 올해 세상을 떠난 피해 할머니 8명의 영정 앞에 장미꽃을 내려놓으며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367차 정기 수요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김복득 할머니 등 올해 세상을 떠난 피해 할머니 8명의 영정 앞에 장미꽃을 내려놓으며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꽃필 수 있었던 할머님 인생의 잎과 꽃봉오리를 흩트려 버린 위안부, 올해에만 8분이나 일본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돌아가셨습니다. 고귀한 할머니들 인생 저희가 꼭 기억하겠습니다.”

정의기억연대가 26일 올해 마지막 정기시위로 개최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367차 수요시위’에서 단상에 오른 경기 시흥 장곡중 이경민(14)군 등 3명은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살아 계신 할머니들조차도 연세가 90세가 넘었고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촉구했다.

이날 수요시위는 올 한 해 떠나보낸 피해 할머니 추모제로 진행됐다. 정의기억연대는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를 참가자들과 나누고 함께 묵념했다. 묵념 도중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은 ‘20만 소녀들의 짓밟힌 청춘은 우리 가슴속에 되살아난다’, ‘살아 있는 역사 앞에 일본은 사죄하라’는 등 직접 만든 손팻말을 들고 끝까지 자리했다.

한편에는 올해 생을 마감한 할머니 8분의 영정이 마련됐다. 시위에 참가한 400여명의 시민들은 하얀색과 노란색 장미를 들고 할머니 영정 앞에 서서 돌아가신 할머니들을 기렸다. 일본에서 온 참가자도 있었다. 나고야에서 온 아이치교직원합창단은 소녀상을 보고 만든 자작곡 ‘서울의 소녀’를 열창했다. 이들은 “우리는 조선과 중국 등 동남아시아에 대한 일제의 침략과 폭력의 역사를 잊지 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고 전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2015 한·일합의 무효화, 화해치유재단 해산, 10억엔 반환, 일본 정부의 사과 모두 완료되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이름과 얼굴도 알 수 없는 수많은 할머니를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그분들께 당당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내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지난 100년을 당당히 기념하고 우리 미래 세대에게 자랑스러운 역사였다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탄식했다.

올해는 유달리 많은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다. 이달에만 지난 5일과 14일 김순옥·이귀녀 할머니가 별세했다. 앞서 차마 이름을 밝히지 못한 임모·김모 할머니와 안점순·최덕례·김복득·하점연 할머니가 올해 세상을 떠났다. 이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단 25명뿐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18-12-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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