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찾아온 전주 ‘얼굴 없는 천사’…19년간 6억원 기부

올해도 찾아온 전주 ‘얼굴 없는 천사’…19년간 6억원 기부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2-27 11:51
업데이트 2018-12-2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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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소녀 가장 도와달라” 전화 뒤 5천만원 놓고 홀연히 사라져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 왔다. 19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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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얼굴없는 천사’가 왔다
‘전주 얼굴없는 천사’가 왔다 27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노송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기부금을 세고 있다. 2018.12.27
연합뉴스
27일 전주시에 따르면 40∼5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이날 오전 9시 7분께 완산구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주민센터 지하주차장 입구에 종이상자를 놓았으니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고 말한 뒤 끊었다.

주민센터 직원이 지하주차장에 가보니 A4 용지를 담는 종이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 상자에서는 지폐 뭉치와 동전이 가득 찬 돼지저금통이 나왔다.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이 적힌 종이도 있었다.

지폐 5천만원(오만원권 1천장)과 돼지저금통에서 나온 동전 20만1천950원을 합하니 5천20만1천950원.

그가 올해까지 19년간 놓고 간 돈의 총액은 6억834만660원으로 불어났다.

이 남성은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4천원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천만원에서 1억원씩을 이런 식으로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아 사람들은 그를 ‘얼굴 없는 천사’로 부른다.

성금은 그간 전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노송동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인다.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등 어려운 계층을 위해 써달라는 얼굴 없는 천사의 당부에 따른 것이다.

또 이 동네 초·중·고교에서 10여명의 ‘천사 장학생’을 선발, 대학 졸업 때까지 계속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시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2009년 노송동주민센터 옆에 기념비를 세웠다.

올해 3월에는 미래유산보존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얼굴 없는 천사’를 100년 후 전주의 보물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미래유산으로 확정했고 최근에는 주민센터 입구에 천사기념관을 만들기도 했다.

노송동 주민들도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올해도 ‘얼굴 없는 천사’가 힘찬 날갯짓으로 나눔의 씨앗을 뿌렸다”면서 “한파를 녹이는 천사의 훈훈함이 구석구석 전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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