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무관의 꿈은 뭔가?’ ‘작가인데요’…공직사회도 90년생 알기 분투 중

‘A사무관의 꿈은 뭔가?’ ‘작가인데요’…공직사회도 90년생 알기 분투 중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20-01-16 16:26
수정 2020-01-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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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을 마친 공무원들이 정부서울청사 내로 들어가는 모습.
점심시간을 마친 공무원들이 정부서울청사 내로 들어가는 모습.
‘90년대생에게 충성심은 단연 자기 자신과 본인의 미래에 대한 것이다. 충성의 대상이 다르고 그 의미도 다르니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해 화제가 됐던 책 ‘90년생이 온다’는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했다.

다른 별에서 온 것만 같은 밀레니얼 세대로 인해 이미 민간 기업은 체질 변화를 시작했고, 변화가 느리기로 유명한 공직사회도 분투 중이다. 정부부처 한 공무원은 “요즘은 송년회도 점심에 한다. 젊은 직원들이 회식을 일의 연장으로 여겨 퇴근 후 회식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함께 일해도 밥 한번 같이 먹어본 적 없는 직원도 있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점심 때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국장급 한 공무원은 “낭만이 사라졌다”고 했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자신이 퇴근하지 않으면 다른 직원들도 ‘칼퇴’를 못하게 될까봐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눈치껏 자리를 비운다.

공직사회 곳곳에서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16일 밀레니얼 세대 대응법을 담은 신임 과장급 관리자 지침서까지 내놨다. 밀레니얼 공무원과 일을 잘 할 수 있는 상황별 대응법이 세세하게 담겼다. 갈등이 가장 큰 회식 대응법은 ‘부담 없이 자율적으로 참석하게 하라’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회식보다 자유시간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도 있다. A과장이 신입 사무관과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B사무관은 꿈이 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진지하게 “작가가 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A과장은 신입 사무관에게 뭐라고 조언해야 할까. 답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공무원으로서의 포부와 같은 답변을 기대했겠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조직보다는 자기 인생에 대한 충성심이 훨씬 중요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승진을 앞둔 C사무관은 후배보다 능력이 떨어져 안타깝다. 그럼에도 ‘기존 업무 분장을 잘 지키면서 공평하게 평가‘해야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평가의 공정성에 민감해 이유 없이 자신에게 부여하는 특권에도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사혁신처가 신임 사무관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과장의 상은 ‘공평하고 합리적인 업무 분장(67.9%)’, ‘우리 과와 후배를 감싸주는 과장(65.4%)’, ‘국장(상관)에게도 할 말은 하는 과장(59.0%)’이었다. 의욕을 떨어뜨리는 과장으로는 가장 많은 74.4%가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과장’, 64.1%는 ‘본인이 지시한 사항을 보고하는데 내가 오히려 이해시켜야 하는 능력없는 과장’을 꼽았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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