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손자와 7명이 ‘집콕’… “일도 쌀도 끊겼는데 1m는 사치”

아들·손자와 7명이 ‘집콕’… “일도 쌀도 끊겼는데 1m는 사치”

김정화 기자
입력 2020-03-23 22:42
업데이트 2020-03-24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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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위협 호소하는 조손가정

조부모가 일용직 전전하며 생계 부담
반지하서 전기 아까워 낮엔 불도 안 켜
수급보호 대상 아니라 물품 지원 못 받아
정부 지원금 50만원으로 네 가족 버텨
16평에서 3代 7명이 생활하는 가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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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먹을 쌀도 없는데, 3000원짜리 마스크를 산다는 건 사치예요. 그냥 집 밖에 안 나가요.”

중학생, 초등학생 손녀 2명을 키우는 이모(65·여)씨는 2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다음달 5일까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생계가 어려운 이들은 물리적으로 고립되며 바이러스뿐 아니라 가난과 싸우고 있다. 특히 주 경제활동 인구가 없고 일용직 등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조손가정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씨는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과 함께 손녀 2명을 키우고 있다. 그는 “남편은 몸이 안 좋고 손녀들은 너무 어려 일을 할 수가 없다”면서 “원래는 하루에 1~2시간씩 식당에서 일했는데, 코로나19 이후 그마저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 가족이 받는 지원금은 월 50만원 정도가 전부다. 이씨는 “반지하 방에 사는데 전기요금이 아까워 낮에는 불도 안 켠다. 아이들은 볕이 드는 창가에서 공부한다”며 “당연히 마음이 아프지만 돈을 아끼려면 어쩔 수가 없다”고 밝혔다. 마스크도 다 떨어졌지만 그조차 수급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 물품 지원을 받지 못했다.

아들 2명, 손녀 3명과 함께 사는 안모(58·여)씨 부부도 사정은 비슷하다. 평소 안씨가 붕어빵 장사를 하고 남편이 설비업체 등에서 일용직으로 일했지만 최근 일감이 뚝 끊겼다. 안씨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붕어빵, 떡볶이 등을 파는데 손에 쥐는 건 2만~3만원이다. 가스비도 못 낸다”며 “정말 죽지 못해 산다”고 호소했다.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서 퍼지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집에만 계속 있어야 하는 상황도 고역이다. 현재 안씨네는 가족 7명이 약 16평의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투룸 빌라에서 방 하나는 안씨 부부, 하나는 손녀 3명이 쓰고 아들 2명은 거실에서 지낸다. 안씨는 “학교 개학이 미뤄지고, 학원도 도서관도 문을 열지 않으니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 종일 집 안에 있다”면서 “성인 4명에 아이들 3명까지 있으니 너무 갑갑하다”고 말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조손가정을 포함한 취약계층에서 지원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재단은 향후 순차적으로 900여명에게 긴급지원비 10억원 정도를 배분할 계획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03-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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