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 법인 정관엔 할머니 지원사업 없었다

‘나눔의 집’ 법인 정관엔 할머니 지원사업 없었다

오세진 기자
입력 2020-05-20 22:22
업데이트 2020-05-21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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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지 노인요양시설로 전환 가능

경찰, 김정숙 전 사무국장 배임혐의 수사
전시물 제작 등 특정업체 몰아주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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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집행 문제 내부고발 나온 나눔의 집
후원금 집행 문제 내부고발 나온 나눔의 집 19일 후원금 집행 문제에 대한 내부 고발이 나온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김대월 학예실장 등 나눔의 집 직원 7명은 19일 보도자료를 내 “나눔의 집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임을 내세우며 할머니들을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돌보는 전문요양시설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상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무료 양로시설일뿐 그 이상의 치료나 복지는 제공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20.5.19 연합뉴스
65억원의 후원금을 받고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쓰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 경기 광주 나눔의 집이 법인 정관에도 할머니들을 위한 사업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은 위안부 피해자 안식처이지만 현행 정관대로라면 언제든지 일반 노인요양시설로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눔의 집 실태를 고발한 공익제보자인 김대월 나눔의 집 역사관 학예실장 등 직원 7명은 지난 19일 “나눔의 집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 정관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사업’이 들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이 20일 입수한 법인 정관에는 제보자들의 주장대로 법인 설립 목적과 사업 종류에 피해 할머니 지원과 관련한 내용이 없었다.

대신 ▲무의탁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양로시설 및 무료전문요양시설 설치·운영 ▲미혼모 생활시설 설치·운영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운영이 적혀 있었다. 정관 목적에도 “조계종이 부처님의 자비사상과 중생구제의 원력을 사회복지사업을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고 쓰여 있다.

법인 이사회 측은 “무의탁 독거노인들을 위한 양로시설·요양시설이 결국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사업”이라면서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사업만이 할머니들을 위한 사업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인 대표(월주 스님)가 ‘나눔의 집은 일반 요양원으로 운영하지 않겠다’고 이미 선을 그었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요양원 건립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나눔의 집이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을 내세워 막대한 후원금을 모집하는 만큼 법인의 성격에 이런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보자들은 “나눔의 집은 지난해가 돼서야 ‘피해 할머니들의 신체적·정신적인 건강 유지를 위한 프로그램’을 신규 사업으로 편성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직원들이 지난 2월 김정숙 전 나눔의 집 사무국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직원들은 “여성가족부 지원사업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내일전’ 전시를 기획하게 됐는데, 나눔의 집이 지난해 6월 전시물 제작 및 시공업체 N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그런데 N사가 적정 용역비(약 7500만원)의 2배를 용역비로 청구했는데 김 전 사무국장이 N사의 견적서를 그대로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이어 “N사는 지금까지 나눔의 집 공사를 모두 도맡아 왔던 업체”라면서 “나눔의 집 운영진이 공개입찰을 하거나 공사입찰 공고를 내는 것처럼 꾸며서 N사에 공사를 몰아줬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0-05-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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