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생]선택적 패스제·등록금 반환…대학가에 부는 코로나19 후폭풍

[취중생]선택적 패스제·등록금 반환…대학가에 부는 코로나19 후폭풍

손지민 기자
입력 2020-06-27 12:00
업데이트 2020-06-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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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23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경희대학교 학생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경희인 집중공동행동’에 참가한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변화된 수업환경과 관련해 등록금 반환, ‘선택적 P/F제도’(선택적 패스제, 교강사의 성적평가 이후 성적정정기간에 부여받은 학점에 대해 학생이 선택) 도입 등을 촉구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변화된 수업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정상학기와 동일한 등록금과 성적평가 기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히고, 등록금 반환 및 선택적 P/F 제도 도입 등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2020.6.23/뉴스1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23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경희대학교 학생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경희인 집중공동행동’에 참가한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변화된 수업환경과 관련해 등록금 반환, ‘선택적 P/F제도’(선택적 패스제, 교강사의 성적평가 이후 성적정정기간에 부여받은 학점에 대해 학생이 선택) 도입 등을 촉구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변화된 수업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정상학기와 동일한 등록금과 성적평가 기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히고, 등록금 반환 및 선택적 P/F 제도 도입 등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2020.6.23/뉴스1
코로나19가 6개월째 계속되면서 대학가는 1학기를 온라인 강의·시험으로 보냈습니다. 유례 없는 새로운 실험에 대학가는 부정행위, 학습권 침해 등으로 몸살을 앓는 중입니다. 학생들은 중간·기말고사를 온라인으로 실시하면서 발생하는 부정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수업의 질 하락과 학교시설 이용 제한 등을 이유로 등록금 반환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학 측은 성적 평가에 대해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일부 대학이 선제적으로 ‘선택적 패스제’, 등록금 반환 등을 실시하면서 대학 내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학생들, ‘선택적 패스제’ 요구하며 공동행동
1학기 종강을 맞이하면서 대학가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됐던 내용은 ‘선택적 패스제’입니다. 선택적 패스제는 성적 공지 이후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A, B, C 등 기존처럼 등급으로 가져갈지 혹은 등급 표기 없이 ‘패스(PASS)’로만 성적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선택적 패스제는 지난 5일 홍익대가 처음 도입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기말고사를 대면으로 실시했던 홍익대는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학생들이 성적을 위해 증상을 숨기고 무리하게 학교를 나오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했습니다. 홍익대 관계자는 “학교에서 가장 우려한 부분은 아픈 학생들이 억지로 학교에 나오는 것이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의 성적을 상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이달 11일에 서강대가, 26일에는 동국대가 차례대로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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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총학생회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등록금 반환과 학기말고사 성적부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2020.6.18 뉴스1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총학생회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등록금 반환과 학기말고사 성적부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2020.6.18 뉴스1
대부분의 대학은 선택적 패스제 도입에 부정적입니다. 이미 성적 평가 기준을 완화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현재 많은 교수들이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특정한 학습 목표를 기준 이상 달성하기만 하면 A학점에 제한이 없다”면서 “지금 제도 안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양대 관계자도 “코로나19로 상대평가 기준을 완화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학생들은 학교 측의 선택제 패스제 도입 거부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 시험 실시 중 부정행위가 횡행해 공정성이 훼손되고,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한 다른 대학 학생들과 기업 채용·대학원 입학 등에서 불리할 수 있는 점 등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실제로 한국외대·서강대·중앙대 등에서는 온라인 시험 실시 중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답을 공유하는 등 부정행위가 일어나 논란이 됐습니다. 일부 교수와 강사들이 절대평가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일부 수업에선 상대평가로 성적을 평가하겠다고 명시한 점도 학생들이 선택적 패스제를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각 대학 총학생회들은 온라인 강의·시험 문제점에 대한 학교의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며 공동행동에 돌입했습니다. 학생들이 요구하는 내용은 비슷합니다. ▲학생들과의 소통 ▲선택적 패스제 도입 ▲등록금 환불 등입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지난 18일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보상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22일부터 캠퍼스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같은날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다음날에는 경희대와 한양대가 공동행동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소통 창구를 만들겠다는 대학도 생겼습니다. 연세대는 26일 “비대면 강의에 문제가 있다는 학생들의 제보를 토대로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수업 관련 요청·불만사항 등을 제기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등록금 반환·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위한 긴급 농성 선포 기자회견’에서 오희아 총학생회장(오른쪽 첫번째)을 비롯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면 온라인 강의가 실시되면서 학생들의 피해 방지를 위해 등록금 감면, 수강신청 철회 기간 연장, 선택적 패스제 도입, 기숙사 선택 입사 실시 등을 요구했지만 학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등록금 반환과 선택적 패스제를 요구하며 이날부터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선택적 패스제는 학생이 받은 성적을 그대로 수용할지 패스(Pass·통과)할 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20.6.22/뉴스1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등록금 반환·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위한 긴급 농성 선포 기자회견’에서 오희아 총학생회장(오른쪽 첫번째)을 비롯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면 온라인 강의가 실시되면서 학생들의 피해 방지를 위해 등록금 감면, 수강신청 철회 기간 연장, 선택적 패스제 도입, 기숙사 선택 입사 실시 등을 요구했지만 학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등록금 반환과 선택적 패스제를 요구하며 이날부터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선택적 패스제는 학생이 받은 성적을 그대로 수용할지 패스(Pass·통과)할 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20.6.22/뉴스1
일부 대학, 등록금 반환 움직임
학생들이 1학기 내내 가장 강하게 요구했던 것은 등록금 반환입니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로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학교 시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등 대학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 했기 때문에 비싼 등록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건국대와 한성대는 일부 등록금을 반환하겠다고 선제적으로 결정했습니다. 건국대는 이달 15일 1학기에 납부한 등록금을 2학기 등록금에서 일정 금액 감면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코로나19로 실시하는 첫 등록금 반환입니다. 건국대에 이어 지난 23일 한성대가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전교생 6567명에게 소득구간에 관계없이 1인당 20만원씩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대에서는 학생들이 코로나19 사태에도 기존과 같은 등록금을 납부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개회를 요구했습니다. 서울대는 26일 등심위 학생위원 등이 전날 접수한 2020학년도 등심위 개회 요청서를 접수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학생위원들은 등심위 개회 요청서를 통해 “비대면 강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기존과 동일한 높은 등록금을 납부하는 것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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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대학 등록금 반환 촉구 집회 나선 학생들’
‘상반기 대학 등록금 반환 촉구 집회 나선 학생들’ 등록금 반환 촉구 대학생 국토대장정을 마친 전국대학생학생회네트워크 학생들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온라인 수업에 따른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26일 등록금 반환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전국 145개 대학에서 총 3257명의 학생들이 소송인단으로 참여했습니다. 대학별로 소송 인원을 살펴보면 계원예대가 413명으로 가장 많고, ▲숙명여대 267명 ▲이화여대 263명 ▲한성대 230명 ▲홍익대 195명 ▲서울대 162명 ▲인제대 152명 ▲서강대 145명 순입니다. 전대넷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소송인단을 모집해 다음달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한편 대학 등록금 반환을 세금으로 지원하자는 의견에는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으로 등록금 반환을 지원하는 방안에 응답자의 62.7%가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찬성은 25.1%, 잘 모르겠다는 12.2%였습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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