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인력난에 불안 커지는 학교 방역
발열 측정·거리두기·물품 소독 담당 인력대전, 한 명당 85명꼴… 시도 간 5배 격차
감염 위험·초단기 근무 탓 구인난 겪기도
2학기엔 정부지원 없이 학교에 떠넘겨
“방역 지원 사업 비상 매뉴얼 만들어야”
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된 14일 서울 양천구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등원하고 있다. 수도권의 음식점과 커피전문점, 중소형 학원 등은 이날부터 방역수칙을 의무적으로 지키면서 정상 영업을 하게 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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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학기 학교에서 학생들의 발열 측정과 거리두기 지도 등을 맡은 방역 인력은 1명이 학생 153명을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 시도 간 편차가 커 일부 지역에서는 인력 1명이 300~400명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들의 인건비로 투입할 정부 예산은 등교 개학 이후 40여일이 지나서야 교부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이 10일 교육부로부터 받은 ‘코로나19 학교방역 및 교육활동 지원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학기 각 학교의 방역과 교육 지원에 투입된 인력은 지난 6월 22일 기준으로 총 3만 9182명이었다. 학생 100명당 0.65명으로, 지원인력 한 명이 153명을 담당한 셈이었다.
사업 예산을 교육부가 30%, 시도교육청이 70%를 분담했는데, 예산이 부족한 지역은 지원 규모를 적게 책정하면서 지역 간 격차가 벌어졌다.
교육부의 예산 교부도 6월 30일에나 이뤄졌다. 등교 개학한 지 41일, 사업을 발표(5월 7일)한 지 54일이 지난 뒤였다. 기획재정부의 ‘수시배정’ 제도에 예산이 묶인 탓으로 심 의원은 분석했다. 감염 위험을 감수하는 초단시간 근로인 탓에 구인난을 겪는 학교도 있었다. 경기도의 B 중학교는 방역 인력이 한 명도 없이 1학기를 보냈다. 이 학교 교사는 “원격·등교수업 병행으로 바쁜 학교가 직접 채용하는 것 자체가 업무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2학기에는 정부 지원 없이 시도교육청의 자체 예산을 활용하고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일자리 사업 등과 연계해 추진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예산 소진을 이유로 2학기 인력 지원을 줄이기로 해 방역 인력 채용이 학교의 몫으로 떠넘겨졌다. 심 의원은 “학교방역 인력 지원 사업이 감염병 등 비상 상황에서 자동으로 추진되도록 시스템이나 매뉴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교육당국은 지역 간 편차를 해소하고 일선 학교가 바라는 만큼 충분히 지원하며 적시에 예산 교부와 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20-09-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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