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앞서갈 테니 따라만 와”… 운전면허시험 지인찬스 딱 걸렸다

[단독] “앞서갈 테니 따라만 와”… 운전면허시험 지인찬스 딱 걸렸다

이성원 기자
입력 2020-10-16 00:06
업데이트 2020-10-16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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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운전면허시험 부정행위 65% 폭증

학과 필기시험서 휴대전화 이용 ‘절반’
“부정 방지 위해 철저한 시험 감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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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차량 지인 분 맞죠? 차도 오른편에 차 세우세요. 부정행위로 시험 종료하겠습니다.”

지난해 7월 1일 서울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서 도로주행시험을 보던 A씨는 시험을 중단해야만 했다. ‘지인 찬스’를 썼다가 시험 감독관에게 적발됐기 때문이다. A씨는 지인에게 ‘페이스 메이커’가 돼 달라고 부탁했다. 시험 차량 앞 지인이 운전하는 차를 따라 방향을 바꾸고 방향지시등을 켜는 등 똑같이 따라하기만 하면 합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로주행은 거리 5㎞ 이상인 4개 코스 중 추첨을 통해 1개 코스를 돌아 70점 이상 받아야 합격이다. A씨의 지인은 사전에 4개 코스를 모두 익혀 뒀다. 하지만 시험 차량 앞과 옆에서 노골적으로 안내해 감독관에게 걸리고 말았다. 해당 시험은 무효 처리됐고 A씨는 응시 제한 조치와 함께 경찰에 인계됐다.

최근 5년간 운전면허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된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도로교통공단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운전면허시험 응시자 부정행위 적발 건수는 총 118건으로 집계됐다. 학과 필기시험에서 101건, 기능시험 12건, 도로주행에서 5건이 적발됐다. 적발 건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했는데, 2016년 20건, 2017년 25건, 2018년 25건, 2019년 33건으로 4년 사이 65% 증가했다. 올해 1~8월 부정행위로 걸린 사람은 15명이었다.

부정행위별로 보면 학과 필기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57건(48.3%)으로 가장 많았다. 시험 도중 휴대전화를 이용해 문제를 검색하는가 하면 지인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답을 얻으려 한 응시자도 있었다. 이어 교재 및 커닝페이퍼 이용 29건(24.6%), 대리응시 27건(22.9%), 주행시험 중 지인 도움이 5건(4.2%) 적발됐다.

박 의원은 “공단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막으려고 2018년 운전면허시험장에 휴대전화 보관함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세웠지만,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20-10-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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