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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기름값 버티기 힘들어… 대한민국 유랑인·자출족 늘었다

치솟는 기름값 버티기 힘들어… 대한민국 유랑인·자출족 늘었다

손지민, 박상연 기자
입력 2022-03-21 22:20
업데이트 2022-03-22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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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넷’ 통해 주유소별 가격 검색
조금이라도 싼 곳 찾아 ‘유랑생활’
“너무 올라 한 번에 2만원씩만 넣어”
SNS에 ‘애마’ 자전거 출퇴근 인증
화물노동자, 유가 대책 마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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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오르는 기름값
계속 오르는 기름값 1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2천91.3원, 경유는 2천19.46원을 기록했다. 2022.3.16
연합뉴스
21일 오후 1시 30분, 경기 광명의 한 주유소에 승용차 5대가 우르르 몰려들어 왔다.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38원.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는 등 기름값이 고공 행진하자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기름을 넣으려는 사람들이 수소문 끝에 이곳 주유소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 주유소 직원은 “지난주에는 도로까지 줄이 길게 늘어섰다”면서 “원래는 동네 사람이 많이 왔지만 요즘에는 ‘오피넷’(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에서 가격을 검색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치솟는 기름값에 저렴한 주유소를 떠도는 ‘유(油)랑인’들이 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최근 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 가는 중이다. 서울 도심에서 외곽으로, 다시 수도권으로 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찾아 헤매거나 출퇴근길에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서울 구로구의 A주유소 직원은 “최근에 손님이 10% 정도 늘었다”면서 “그나마 기름이 저렴할 때 (탱크를) 채워 놔서 이렇게 팔 수 있다. 일부 주유소는 쌀 때 사 놓고 지금 가격이 오르니까 조금씩 풀면서 마진을 크게 남기는 곳도 꽤 된다”고 귀띔했다. 이날 휘발유 가격(오피넷 기준)은 리터당 전국 평균 2002원, 서울 평균 2077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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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넣기 무섭네’
‘기름 넣기 무섭네’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이 9년여 만에 2000원을 넘어선 16일 제주시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리터당 2120원, 경유를 2030원에 판매하고 있다. 2022.3.16 뉴스1
훌쩍 뛴 기름값에 부담이 커진 시민들은 기름을 조금씩 주유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기 하남에 사는 직장인 박모(30)씨는 “요새 기름값이 비싸져서 경기 광주에 있는 저렴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면서 “주말 아침 일부러 시간을 내 굉장히 외진 곳에 있는 주유소를 찾아갔는데도 이미 4대 정도가 대기 중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경기 지역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김모(28)씨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이 쉽지 않다 보니 차를 갖고 다닐 수밖에 없다”면서 “휘발유값이 낮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번에 2만원씩만 넣는다”고 말했다.

주변에선 자전거로 출근하는 ‘자출족’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자전거를 ‘애마’라 부르며 자전거 출근을 인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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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 오르는 제주 기름값’
‘천정부지 오르는 제주 기름값’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이 9년여 만에 2000원을 넘어선 16일 제주시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리터당 2120원, 경유를 2030원에 판매하고 있다. 2022.3.16 뉴스1
물류 기사 등 기름값이 생계와 직결된 노동자들은 유가 급등으로 수익이 급감했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송료의 30% 이상이 유류비로 지출되는 상황에서 유가 인상으로 화물노동자의 생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면서 “유가 상승의 부담이 화물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지민 기자
박상연 기자
2022-03-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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