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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생] 우크라이나 전쟁 한 달, 국내 대학가에도 “평화” 울려퍼졌다

[취중생] 우크라이나 전쟁 한 달, 국내 대학가에도 “평화” 울려퍼졌다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2-03-26 01:12
업데이트 2022-03-2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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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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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글로벌캠퍼스와 서울캠퍼스 대표자들이 25일 경기 용인시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백년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한국어를 비롯해 9개 언어로 번역된 시국선언문이 낭독됐다. 한국외대 제공
한국외국어대 글로벌캠퍼스와 서울캠퍼스 대표자들이 25일 경기 용인시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백년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한국어를 비롯해 9개 언어로 번역된 시국선언문이 낭독됐다.
한국외대 제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딱 한 달이 지났습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지난 24일 전쟁이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30일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민간인이 어린이 90명을 포함해 1035명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주거지를 떠나 난민이 된 우크라이나인은 367만명에 달합니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조짐에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연일 전쟁을 중단하라며 러시아를 규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 대학생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25일 오후 2시 경기 용인에 있는 한국외국어대 글로벌캠퍼스 백년관에는 검은 옷을 입은 대학생들이 하나 둘 모였습니다.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를 비롯한 9개 학과 대표자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를 비롯한 4개 학과 대표자들이 모여 시국선언을 진행했습니다.

‘총성을 멈추고 대화와 외교로 해결하라’, ‘청년의 삶을 위협하는 전쟁을 강력히 규탄한다’ 등의 구호가 적힌 파란색과 노란색 피켓을 든 20여명의 학생들은 ‘우리는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고 싶다’는 현수막을 펼치고 차례로 규탄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이날 시국선언은 러시아에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한국어 성명문을 우크라이나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아랍어, 프랑스어 등 학과마다 그 나라 언어로 번역해 읊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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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글로벌캠퍼스에서 25일 양 캠퍼스의 14개 단체 및 학과 대표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어로 된 시국선언문을 각 학과의 언어로 번역해 낭독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졌다. 한국외대 제공
한국외국어대 글로벌캠퍼스에서 25일 양 캠퍼스의 14개 단체 및 학과 대표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어로 된 시국선언문을 각 학과의 언어로 번역해 낭독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졌다.
한국외대 제공
시국선언을 주최한 오경현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아시아를 통틀어 유일하게 우크라이나어과가 있는 학교의 대학생으로서 전쟁이 비단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는 점을 알리고 싶어 다양한 학과의 언어로 저희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했다”며 “우크라이나 청년들이 전쟁에 참여해 목숨을 잃는 등 한 가정이나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전쟁에 대해 한 명의 청년으로서 학생 사회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조금 앞선 낮 12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는 배일환 이화여대 관현악과 교수와 제자들로 구성된 첼로 앙상블 ‘이화첼리’의 첼로 연주가 울려퍼졌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배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매일 30분간 개최하는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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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일환 이화여대 관현악과 교수가 25일 낮 12시 반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관현악과 제자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단을 촉구하는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들이 쓴 우크라이나 국기 색 마스크는 지나가던 시민이 평화의 뜻에 동참하기 위해 기부한 마스크다. 곽소영 기자
배일환 이화여대 관현악과 교수가 25일 낮 12시 반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관현악과 제자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단을 촉구하는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들이 쓴 우크라이나 국기 색 마스크는 지나가던 시민이 평화의 뜻에 동참하기 위해 기부한 마스크다.
곽소영 기자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이 겹쳐진 마스크를 쓴 배 교수와 제자들은 가수 양희은씨의 ‘아침이슬’을 비롯해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 우크라이나 국가 등을 첼로로 연주했습니다. 배 교수는 ‘헝가리 춤곡’을 연주하기 전 “이 곡은 경쾌하지만 그 안에 집시의 슬픔이 담긴 집시 음악”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민이 된 엄마가 아이 앞에서는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고 곡을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배 교수의 권유에 흔쾌히 음악회에 참여한 연주자 김채린(20)씨는 “저희의 연주로 전쟁이 끝날 수는 없겠지만 전쟁으로 힘들어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연주를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연주자 김예은(20)씨는 “전쟁이 났다는 것을 알고만 있었는데 음악회에 참여해 시민들이 연주에 위로받는 모습을 보며 전쟁의 비극에 더 관심을 가지고 뉴스도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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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일환 이화여대 관현악과 교수(맨 왼쪽)와 제자들로 이뤄진 첼로 앙상블 ‘이화첼리’가 25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열고 있다. 곽소영 기자
배일환 이화여대 관현악과 교수(맨 왼쪽)와 제자들로 이뤄진 첼로 앙상블 ‘이화첼리’가 25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열고 있다.
곽소영 기자
점심을 먹은 뒤 손에 커피를 들고 지나가던 직장인 무리나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여성, 벙거지 모자를 쓴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까지 50명에 달하는 시민이 모여 음악을 감상하고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학생들의 작은 목소리가 국제 사회에 연대의 힘이 되고 있습니다.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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