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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직원이 계산할거야”…돈까지 뜯어낸 70대 ‘모텔 VIP’

“시청 직원이 계산할거야”…돈까지 뜯어낸 70대 ‘모텔 VIP’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02-13 14:26
업데이트 2023-02-1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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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와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 숙박업소를 돌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70대 노인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은 3일 피해를 본 경남 통영 피해 숙박업소 측에서 공개한 폐쇄회로(CC)TV. 2023.2.10 ‘아프니까 사장이다’
관공서와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 숙박업소를 돌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70대 노인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은 3일 피해를 본 경남 통영 피해 숙박업소 측에서 공개한 폐쇄회로(CC)TV. 2023.2.10 ‘아프니까 사장이다’
관공서와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 숙박업소를 돌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남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올라왔다.

A씨는 10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전국을 다니는 사기꾼 같다. 숙박업소 사장님들 조심하라”며 경남 통영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이모의 사연을 대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7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남성 B씨는 지난 2일 오후 2시쯤 A씨의 이모가 운영하는 모텔을 방문했다.

B씨는 “2주 정도 머무를 거고, 직원 두 명은 내일 서울에서 내려온다. 통영은 방 잡기가 어려워서 내가 먼저 내려왔다”며 방 3개를 요청했다.

그는 “관광개발공사와 해양수산부 협찬으로 통영 해안도로 절경을 찍기 위해 왔다. 드론을 띄워서 하는 일인데, 이 일을 오래 해서 여기뿐만 아니라 강원도 등 관광공사 일이라면 다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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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와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 숙박업소를 돌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70대 노인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은 3일 피해를 본 경남 통영 피해 숙박업소 측에서 공개한 폐쇄회로(CC)TV. 2023.2.10 ‘아프니까 사장이다’
관공서와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 숙박업소를 돌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70대 노인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은 3일 피해를 본 경남 통영 피해 숙박업소 측에서 공개한 폐쇄회로(CC)TV. 2023.2.10 ‘아프니까 사장이다’
업주는 B씨가 나이가 많지만 여전히 현업에 종사하고, 여유로운 모습과 장기 투숙한다는 이야기에 경계심을 거뒀다. 2주간 사용할 방 3개의 숙박비도 할인가를 적용해 총 145만원만 받기로 했다.

그러자 B씨는 “내일 직원들이 와서 계산하겠다. 아주머니 혼자 고생하시니 (5만원을 얹어) 150만원을 드리겠다”며 업주의 환심을 샀다.

입실 후에는 업주를 불러 옷가지 등 여러 물건을 펼쳐 보이는 등 장기 투숙자 행세를 했다. 또 “우리는 장기적으로 다니는 사람들이라 이런 건 다 들고 다닌다”며 객실에 비치된 일회용 칫솔과 면도기 등도 마다했다. 대신 얼굴팩을 많이 달라고 말하는 등 치밀한 행동으로 업주의 신뢰를 얻었다.

B씨는 냉장고에 음료수를 채우고 라면을 사다 놓는 등 오래 머물 사람처럼 행동했다. 당시 업주는 ‘어르신이 물건 정리도 잘하시고 방을 깨끗하게 쓰시는구나’하고 의심을 거뒀다.

다음 날 오전, 외출하고 돌아온 B씨는 청소하는 업주에게 자기 사정을 털어놓으며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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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와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 숙박업소를 돌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70대 노인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은 3일 피해를 본 경남 통영 피해 숙박업소 측에서 공개한 폐쇄회로(CC)TV. 2023.2.10 ‘아프니까 사장이다’
관공서와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 숙박업소를 돌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70대 노인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은 3일 피해를 본 경남 통영 피해 숙박업소 측에서 공개한 폐쇄회로(CC)TV. 2023.2.10 ‘아프니까 사장이다’
B씨는 “시청 직원들하고 간단히 회의가 있어서 하고 왔다. 근데 시청 직원들이 점심을 사달라고 한다. 우리 직원들은 2시나 돼서야 올 텐데”라며 “15만원만 빌려달라. 시청 직원들하고 밥 먹는데 늙은 내가 내야지. 나중에 우리 직원들 오면 숙박비 150만원에 15만원 더해서 165만원 받아라”라고 부탁했다.

업주는 “공사를 땄으니 식사비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며 흔쾌히 현금 15만원을 건넸다.

돈을 건넨 업주가 나가는 B씨를 배웅하고 다시 객실을 청소하러 올라가던 순간, B씨의 웃음소리가 계단을 타고 울려 퍼졌다.

업주는 그제야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B씨가 묵던 객실로 가봤지만, 방은 텅 비었고 객실 물건은 사라진 뒤였다.

B씨에게 당한 피해자는 이 업주뿐만이 아니었다. 인근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다른 업주 역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뒤 “3년 전 그놈”이라며 피해 사실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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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와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 숙박업소를 돌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70대 노인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은 3일 피해를 본 경남 통영 피해 숙박업소 측에서 공개한 폐쇄회로(CC)TV. 2023.2.10 ‘아프니까 사장이다’
관공서와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 숙박업소를 돌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70대 노인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은 3일 피해를 본 경남 통영 피해 숙박업소 측에서 공개한 폐쇄회로(CC)TV. 2023.2.10 ‘아프니까 사장이다’
이 업주는 “B씨가 통영시청 관광개발과와 계약돼서 방송을 제작하는데 작가들은 내일 온다고 했다. 2주 정도 있는다면서 객실을 여러 개 잡았다”면서 “그다음 날 시청 직원들 밥을 사야 하니 30만원만 빌려달라고 했다. 저녁에 보니 방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사연을 전한 A씨는 “작은 도시고 숙박업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연세가 있는 편인데, 좀 더 나이 있는 노인이 공공기관 팔며 접근하니 속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사기꾼이지만 자기 입으로 전국을 다닌다고 하고, 3년 만에 다시 온 걸 보니 통영에서만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 같지 않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신고했으나 잡기가 쉽지 않다고 하니 사장님들이 각자 조심하셔야 한다. 70대 중후반 나이에 180㎝가 넘을 정도로 큰 키, 덩치가 있고 목소리가 우렁찬 노인이다. 다리를 약간 저는 특이점이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사장님들 가게에 와서 같은 수작을 한다면, 절대로 현금 주지 마시고 바로 경찰에 신고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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