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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자원봉사 나선 튀르키예인들 “이거라도 해야 마음 편해요”

한국서 자원봉사 나선 튀르키예인들 “이거라도 해야 마음 편해요”

김정화 기자
입력 2023-02-15 11:21
업데이트 2023-02-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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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물류센터에서 구호 물품 분류 작업
“지원 고맙지만, 후원은 공식 계좌 이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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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마음 전해요”
“조금이라도 마음 전해요” 인천 중구 물류센터에서 만난 튀르키예 자원봉사자 엘리프(왼쪽부터)·메르베는 “고향에 갈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이후 한국에서 보내는 구호 물품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정화 기자
“여기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는데, 이거라도 하니 조금 나아요.”

인천 중구 물류센터에서 만난 튀르키예 유학생 엘리프(26)는 이렇게 말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엘리프는 지난 13일부터 이곳에 나와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현장으로 보낼 물품 분류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에서 시민들이 보낸 옷가지와 이불, 신발 등 각종 구호 물품이 이곳 물류창고에 모였다가, 일부 분류 작업을 거쳐 현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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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에 모인 튀르키예 구호품
한곳에 모인 튀르키예 구호품 12일 오후 인천 한 물류센터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튀르키예 지진 구호품이 쌓여있다. 2023.2.12 인천 연합뉴스
들어오는 물량이 하루 50t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보니 한국 직원들 외에 10명이 넘는 튀르키예 자원봉사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재한 튀르키예 커뮤니티 등에서 뜻을 모은 사람들이 매일 구호 물품을 다시 포장하고 정리하는 일을 도왔다.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엘리프는 “그 지역이 지진이 원래 많이 나는 곳이다 보니 이번에도 그냥 작은 지진인 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 살다 보니 나중에야 지진 피해가 막심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현지에 있는 가족들은 모두 무사하지만, 교사로 일하는 지인 등이 이번 지진으로 사망했다”고 울먹였다.

엘리프는 “직접 가서 현장에서 돕고 싶었지만 내가 가면 비행기표만 아까울 것 같았다”며 “현지에선 전세계인들이 도와줘서 빠르게 협력이 이뤄지는 것 같더라. 나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할 일을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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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인천 중구 물류센터에 튀르키예 대지진 이재민을 돕기 위해 시민들이 보낸 구호 물품이 박스째 쌓여 있다. 김정화 기자
13일 인천 중구 물류센터에 튀르키예 대지진 이재민을 돕기 위해 시민들이 보낸 구호 물품이 박스째 쌓여 있다. 김정화 기자
한국에서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메르베(30)도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불안했는데, 여기서 일손이라도 도우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보내 온 물품 대부분은 상태가 좋고 깨끗하지만, 간혹 곰팡이가 피거나 너무 낡은 옷가지도 있었다. 엘리프는 “지진 현장에선 세탁이 불가능하고, 코로나19 감염 위기도 아직 있는 만큼 너무 낡거나 위생 상태가 나쁜 물건은 제외하기도 한다”며 “마음은 고맙지만 새것 위주로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교회나 성당, 부녀회 등에서 대량으로 들어온 물품은 제대로 포장이 되지 않아 커다란 비닐봉지째 쌓여있었다. 이런 물품은 모두 마대 자루에 다시 집어 넣고, 운송을 쉽게 하기 위해 테이프로 감았다. 메르베는 “하루종일 밖에서 일해야 하니 춥기도 하고 몸도 지치지만 그래도 현지에서 이게 꼭 필요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괜찮다”고 말했다.

이들은 제대로 된 곳에 지원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엘리프는 “한국 분들이 굉장히 많은 관심을 보내줘서 너무 감사한데, 간혹 이런 마음을 악용하려는 사람도 있다”며 “현금을 보낼 경우 대사관에서 공유한 공식 계좌나 한국에 있는 공식 재단 등의 계좌를 통해서만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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