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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맞습니다” 인증해야 문 열리는 화장실

“여성이 맞습니다” 인증해야 문 열리는 화장실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3-02-22 11:29
업데이트 2023-02-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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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설치 후 통신사 인증 필수
남성 침입과 범죄 시도 빈번
“오죽했으면 생기겠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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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촬영 간이점검카드 ‘몰가드’를 이용해 불법카메라를 찾아내는 경찰. 2020.6.20 연합뉴스
불법 촬영 간이점검카드 ‘몰가드’를 이용해 불법카메라를 찾아내는 경찰. 2020.6.20 연합뉴스
‘여자화장실서 불법촬영 군인 검거’

‘지하철 여자화장실 불법촬영 시도한 40대 남성’

‘여자화장실 불법촬영 의대생 감형’

지난 일주일간 보도된 여자화장실과 관련한 범죄 기사 제목이다. 공항, 학교, 지하철, 도서관, 상가…. 일부 남성의 침입과 범죄 시도로 여자화장실은 불안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불법촬영 범죄 적발시 7년 이하의 징역 또한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신상정보등록대상자가 될 수 있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불법촬영 범죄가 일어난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5000건 이상의 불법 촬영 범죄가 일어났고 가해자는 95% 이상이 남성이었다.

여자화장실을 남성이 침입했을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행위’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 해당 법 조항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성적 목적’이라는 점과 ‘다중이용업소’라는 두 가지 구속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모두 증명해 충족하기 어려워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법원에서 무죄를 판결받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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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간 보도된 여자화장실 범죄 기사 제목.
지난 일주일간 보도된 여자화장실 범죄 기사 제목.
과거 서울 시내 한 여대에 침입한 30대 남성 A씨를 붙잡은 경찰은 성적 목적을 위한 장소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기각했다. A씨가 초범인 점과 휴대전화 조사 결과 음란 사진이 없었다는 점 등이 참작돼 ‘성적 목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슈퍼마켓에서 바지를 벗고 주요부위가 노출되는 속옷만 입은 채 활보한 40대 남성 B씨도 성적 목적의 장소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재판부는 슈퍼마켓을 다중이용장소로 보지 않아 무죄를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여자 화장실에 침입하는 남성들의 심리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고 이를 충족시키려는 관음증적인 부분이 크다고 말한다. 여자 화장실에 침입하는 행위는 여성에 성폭력을 가하려는 예비적인 행위로도 볼 수 있어 매우 심각하지만 침입 자체만으로 성범죄 범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처벌하기는 어려워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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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불법촬영 합동점검반이 다중이용시설 화장실에 몰래 카메라가 설치됐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강남구 제공.
서울 강남구의 불법촬영 합동점검반이 다중이용시설 화장실에 몰래 카메라가 설치됐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강남구 제공.
앱으로 성별 인증하는 화장실
지난달 고려대학교에는 앱으로 성별을 인증받아야 문이 열리는 ‘여성 안심 화장실’이 생겨 화제가 됐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앱 ‘열리Go’에서 통신사 본인 인증을 거친 후 휴대전화를 문 옆 센서에 접촉해야 한다. 앱 설치 후 최초 1회만 통신사 인증을 받으면 이후에는 앱에 있는 버튼만 누르면 출입이 가능하다.

여성 안심 화장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20년 공공화장실에서의 불법 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확실한 인증과 도용 방지 기능으로 기존 비밀번호 입력 및 열쇠 등이 가졌던 유출 또는 분실 등의 문제를 해소했다. 사용자 개인정보와 출입이력 등은 수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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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LH가 개발한 공공화장실 출입관리 시스템. LH 한국토지주택공사 홈페이지
2020년 LH가 개발한 공공화장실 출입관리 시스템. LH 한국토지주택공사 홈페이지
LH는 “여성용 화장실 출입관리 시스템을 고려대학교 공과대학내에서 선도적으로 운영하게 됐다”며 “향후 공공화장실에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디지털 성범죄 발생 위험이 높은 다양한 공공장소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여성 안심 화장실’에 대해 여성 네티즌들은 “불안보다는 불편한 것을 선택하겠다” “오죽했으면 이런 것까지 생겼을까. 화장실도 편하게 가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다” “1회만 인증하면 그 이후로는 버튼만 누르면 된다니까 괜찮은 것 같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장년층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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