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서 끌어내려진 이승만 동상…40년만에 빛 볼까

인하대서 끌어내려진 이승만 동상…40년만에 빛 볼까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10-15 08:55
업데이트 2023-10-1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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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기념관 추진 계기로 졸업생 중심 찬반 가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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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교내에 설치됐던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왼쪽)의 모습과 1984년 철거 장면. 인하대 제공/연합뉴스
인하대 교내에 설치됐던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왼쪽)의 모습과 1984년 철거 장면. 인하대 제공/연합뉴스
인하대학교 교내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이 철거된 지 약 40년 만에 동상 복원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될 조짐이다.

15일 인하대 총동창회에 따르면 이승만 동상은 1979년 교내 인경호 인근 정원에 높이 6.3m(좌대 3m 포함) 규모로 건립됐다.

인하대에 이승만 동상이 건립된 것은 학교 설립에 그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인하대는 1952년 하와이 동포 이주 5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이 전 대통령이 발의해 출범했다.

인천시가 기증한 교지에다가 이승만이 하와이에 세운 한인기독학원 매각 대금, 하와이 동포들의 성금 등을 합쳐 1954년 인하공과대학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인하대라는 이름도 인천의 인(仁), 하와이의 하(荷)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이승만 동상은 건립 5년 만인 1984년 학생들에 의해 철거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인하대 학생들은 독재와 친일 행적을 문제 삼아 민주화 시위 중 그의 동상을 밧줄로 묶어 끌어내렸다.

철거된 동상은 처음에는 교내 창고에 보관되다가 이전 과정을 거쳐 지금은 경기 파주에 있는 ㈜한진 소유의 자재 창고에 있다.

40년 가까이 창고에 잠들어 있는 그의 동상이 다시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최근 국가보훈부가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면서부터다.

그의 업적을 재조명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인하대 졸업생 중 일부는 내년 개교 70주년을 맞아 동상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길원(81) 전 인하대 총동창회 회장(개교 7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장)은 “인하대는 이 전 대통령이 ‘공업입국’ 정신으로 설립한 학교”라며 “국민 성금으로 이 전 대통령의 기념관까지 짓는 시대에 인하대도 창학자의 뜻을 기려 교내에 동상을 복원해야 한다”고 했다.

졸업생 중에서는 인하대를 인수해 발전시킨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동상도 함께 건립해 교내에 ‘메모리얼 파크’를 조성하자는 의견도 있다.

반면 철거된 동상을 굳이 다시 세워야 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변한오(53) 인하대 총학생회 동문회 부회장은 “인하대 창학의 뿌리는 사탕수수밭에서 고된 노동을 하면서 성금을 보낸 미국 하와이 이주 동포”라며 “동상을 세운다면 이분들의 고귀한 정신을 표상화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승만 동상 복원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인하대 총동창회와 이본수 전 인하대 총장 주도로 동상 재건이 추진됐으나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아 무산됐다.

신한용 인하대 총동창회 회장은 “동상 복원 의견은 전에도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왔다”며 “내년 개교 70주년을 앞두고 여러 의견이 있어 조율하고 있는 단계로 학교·재단·재학생·교수회 등과도 계속해 논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인하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현재로선 동상 복원을 추진하고 있지 않고 관련한 입장을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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