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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 성적표 사전 예고하자, 서울시 금쪽이가 달라졌다

[단독] ‘가’ 성적표 사전 예고하자, 서울시 금쪽이가 달라졌다

오달란 기자
오달란, 김동현 기자
입력 2023-11-14 19:08
업데이트 2023-11-1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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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직원’ 평정제도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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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 ×××….”

서울시 A 팀장 별명은 ‘병가 제조기’다. 선 넘는 닦달과 질책으로 직원 여러 명을 병가 보냈기 때문이다. 인사철마다 A 팀장을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는 당연지사. 어떻게든 그의 전입을 막으려고 부서장과 직원들이 똘똘 뭉쳐 방어진을 치는 웃지 못할 일도 다반사다.

B 주임은 팀에 떨어진 업무도 본인 일이 아니라며 절대 나서지 않는 얌체로 불린다. 자기 업무여도 휴가 직전까지 미룬 뒤 대직자가 그 일을 떠안게 만드는 기술이 B 주임의 전매특허였다. 본인에겐 한없이 너그럽지만 남의 잘못은 그냥 못 넘긴다. 툭하면 감사 제보, 조사 의뢰, 투서로 동료들을 괴롭혔다.

●검증절차·해명 기회 줘 허점 보완

서울시의 대표 ‘금쪽이’였던 A 팀장과 B 주임이 달라졌다. 시가 문제적 직원들의 역량을 개선하고 성실한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한 ‘가’ 평정제도 덕이다.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따라 직원 평가는 수(20%), 우(40%), 양(30%), 가(10%) 등 4등급으로 진행된다. 가 등급이 없으면 양 등급을 40%까지 부여할 수 있다. 서울시는 가 평정을 2019년 도입했지만 가를 받은 직원은 아직 한 명도 없다. 온정주의 탓에 제도가 작동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서울시 금쪽이들은 활개를 쳤고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 직원이 고통을 받았다.

●동료 향한 공격적 언행·태도 개선

이에 시는 지난 4월 7일 가 평정기준 결정위원회를 열고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를 마련했다. 공개모집을 통해 위원으로 선발된 35명의 직원은 직급도 나이도 성별도 다 달랐다. 하지만 목소리는 하나였다. 금쪽이를 그냥 놔둬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위원들은 상시적인 성과 면담과 가 평정 사전 예고를 전제로 가 평정이 실효성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는 당사자에게 충분한 해명 기회를 주고 감사위원회 검증 절차 도입 등으로 제도의 허점을 보완했다. 가 평정자에게 체계적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사후관리 안도 마련했다. 기본 2주 교육 후 필요할 경우 6개월의 심화 재교육에 들어간다.

제도 개편 이후 금쪽이들의 업무 태도가 싹 바뀌었다. A 팀장과 B 주임은 성과 면담에서 본인의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의 의지를 보여 최종 가 평정 대상에서 제외될 기회를 얻었다. 시 관계자는 “동료에 대한 욕설, 협박 등 부적절한 언행과 공격적인 태도가 가 평정 사유라는 점을 인지한 직원들의 태도 변화가 눈에 띈다”고 전했다.

●타 지자체도 평정제도 개편 관심

현재 직원 약 10명에 대해 가 평정 사전 예고가 이루어졌다. 마지막 경고에도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이들은 가 평정을 받게 된다. 최종 결과는 이달 말 나온다.

한편 서울시 여러 자치구와 타 시도가 가 평정 제도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가 평정 도입 의사가 있는 자치구에는 자료 제공과 컨설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달란·김동현 기자
2023-11-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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