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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체류자를 주민으로 둔갑… 혈세 줄줄 새는 ‘행정편의주의’

불법 체류자를 주민으로 둔갑… 혈세 줄줄 새는 ‘행정편의주의’

임송학 기자
임송학 기자
입력 2023-12-28 01:04
업데이트 2023-12-2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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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인구 기준 교부세 지급
편의로 나눈 불법 체류자 포함
지자체, 행정기구 통폐합 면해
단속 강화 조치 실효성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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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는 2021년 말에 인구 180만명 선이 사실상 깨졌다. 이로 인해 도청의 실·국을 1개 감축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지역 내 외국인 통계까지 포함해 계산하니 가까스로 180만명을 넘겼다. 통계로 잡힌 외국인 주민 가운데 상당수는 불법 체류자였다. 이 불법 체류자들이 정말로 전북에 살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전북도는 통계로만 존재하는 ‘허수’의 불법 체류자들 덕분에 행정기구 감축을 피할 수 있었다.

법무부는 불법 체류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불법 체류자 숫자 때문에 행정기구 통폐합과 지방교부세 축소를 겨우 면하고 있다. 불법 체류자를 통계상으로 배분(안분)해 주는 곳은 행정안전부다. 법무부는 단속하고, 행안부는 배분하고, 지자체는 활용하는 이상한 행정이 불법 체류자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행안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2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주민 수는 모두 225만 8248명이다. 2021년 213만 4569명보다 12만 3679명(5.8%)이 늘었다. 외국인 주민은 근로자 40만 3139명, 결혼 이민자 17만 5756명, 유학생 18만 9397명, 외국 국적 동포 39만 7581명, 한국 국적 취득자 22만 3825명, 외국인 주민 자녀 28만 2077명, 기타 외국인 58만 6473명 등이다. 법무부는 기타외국인 중 입국 뒤 체류기간이 지난 뒤에도 계속 머물러 있거나 잠적한 43만명을 불법 체류자로 추정하고 있다.

행안부는 불법 체류자 등 기타 외국인을 기존 외국인 수에 비례해 각 시도에 배분한다. 경기도 19만 3065명, 서울 11만 3172명, 인천 4만 2249명 등이다. 전북도의 경우 6만 5119명의 외국인 주민 가운데 기타 외국인이 1만 6119명(24.8%)에 이른다. 행안부는 통계 편의를 위해 불법 체류자 수를 지자체에 배분하고 있고 지자체는 이 숫자를 실제 인구로 산입해 인구감소로 인한 불이익을 막는 데 활용한다. 행정기구 수와 고위 공무원 수, 지방교부세 지급액은 인구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지자체들은 불법 체류자를 더 많이 배정받길 은근히 기대한다.

이런 와중에 법무부는 단속 인력을 늘려 2027년까지 불법 체류자를 20만명대로 줄이기로 했다. 올해는 세 차례에 걸쳐 정부합동단속을 실시해 3만 6926명을 적발했다. 단속 강화에 앞서 불법 체류자 수를 행정 편의로 활용하는 관습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주 임송학 기자
2023-12-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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