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에 통학버스 진입 안 돼요” 거절했더니…학부모는 ‘교장’ 고소했다

“교내에 통학버스 진입 안 돼요” 거절했더니…학부모는 ‘교장’ 고소했다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입력 2024-08-23 14:36
수정 2024-08-2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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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와 관련없는 어린이 통학버스. 아이클릭아트
본 기사와 관련없는 어린이 통학버스. 아이클릭아트


부산의 한 초등학교가 아파트에서 자체 운영하는 사설 통학버스의 교내 진입을 거부하자 해당 아파트 학부모가 교장을 고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23일 부산시교육청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동래구의 A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최근 동래구 B 초등학교 교장을 직무 유기로 고소했다.

갈등은 A 아파트 학생들의 통학버스 하차 지점을 두고 발생했다.

B 초등학교로 배정된 A 아파트 초등학생 100여명은 현재 사설 통학버스를 이용해 등교한다. 이 학교의 전교생은 800명이다.

학교와 아파트는 1.4㎞가량 떨어져 있어 학생들이 도보로 등교할 경우 30분 정도 소요된다. 또 중간에 횡단보도도 많고 위험해 학부모들이 자체 비용을 들여 학생들을 위한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통학버스의 하차 지점을 놓고 수년째 갈등이 이어졌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지정해준 교외 하차 지점이 경사가 심하고 좁아 버스가 다니기 위험하다며 학교 안에 대체 공간을 마련해 버스가 진입하는 것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학교 측이 마련한 승하차 구역의 폭은 1.5m인데 통학버스 폭이 2m를 넘어 통행 차선을 침범할 수밖에 없고, 최근 이 때문에 주정차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아 통학버스 업체 측이 재계약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학부모들이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형평성을 이유로 교내 진입을 거부했다.

그러자 해당 아파트 학부모가 학교 측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며 ‘직무유기’ ‘아동방임’ 등 혐의로 교장을 고소했다. 또 학부모들은 개학일인 다음 2일 등교거부까지 예고했다.

학교 측은 교내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하면 교내 차량 진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문이 좁고 위험하다 보니 통학버스가 다니게 되면 나머지 학생들에게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또 학교는 일부 아파트 주민의 자녀만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다른 학부모의 민원이 잇따를 것도 우려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학교 측 주장에 힘을 싣고 나섰다.

교총은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교실 붕괴, 교권 추락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하다 하다 아파트 학생들만의 통학버스의 교내 진입 요구를 불허했다고 학교장이 고소당하는 현실에 대해 큰 개탄과 우려를 표명한다”며 “학부모들은 즉각적으로 고소를 취하하고, 등교 거부 움직임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와 지자체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아파트 단지 학부모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큰 비용을 들여 어린이 승하차장 마련 등 노력을 했다”면서 “전체 학생 800명의 안전과 생명을 가장 우선해야 할 학교장 입장에서 100명이 이용하는 아파트 전세 통학버스 진·출입 시 안전사고 우려를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교총은 “만약 일부의 요구대로 허용하였다면 오히려 나머지 700명의 학생 학부모가 민원 제기와 고소가 있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학교장은 직무유기가 아니라 직무 충실, 아동방임이 아니라 아동보호에 앞장섰다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학교는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고, 모든 학생을 위한 고민과 선택을 하게 되는 데 학부모는 이를 존중해주길 바란다”면서 “교육청의 적극적인 학교와 교원 보호도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장 확인을 통해 통학로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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