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무너진 경찰 기강 청춘의 삶 빼앗다

[현장 블로그] 무너진 경찰 기강 청춘의 삶 빼앗다

이성원 기자
입력 2015-08-27 00:32
수정 2015-08-2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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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때문에 젊은 청년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25일 서울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감독관인 박모(54) 경위가 자신이 휴대하던 38구경 권총을 꺼내 장난을 치다가 박모(21) 상경의 왼쪽 가슴을 쏜 겁니다. 박 경위는 의경들이 자신을 빼놓고 간식을 먹는 것을 보고 섭섭한 마음을 나타낸다며 실제 권총으로 박 상경의 가슴을 겨누고 방아쇠까지 당겼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의 총체적 기강 해이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우선 총기 관리 부분입니다.

검문소 경찰관에게 지급되는 38구경 권총은 6연발 탄창 회전식 권총입니다. 첫 번째 약실(12시 방향)은 비워두고 두 번째엔 공포탄, 세 번째부터는 실탄 4발을 넣습니다. 규정대로라면 박 경위가 방아쇠를 당겼을 때 공포탄이 격발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실탄이 나갔다는 건 장전이 잘못됐다는 의미입니다. 더구나 박 경위는 “두 번째 약실까지 비워 두고 세 번째에 공포탄, 네 번째부터 실탄을 장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고 합니다. 30년 가까이 경찰 조직에 몸담은 경찰 간부가 장전 순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죠.

사고 수습 과정에서 은폐 의혹도 일었습니다. 사태 초기엔 언론에 ‘박 경위가 조끼에서 권총을 꺼내는 과정에서 격발이 일어났다’고 알렸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오발 사고가 났다는 데 초점을 맞춰 상부에 보고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석연찮은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축소 수사에 대한 의혹도 일고 있습니다. 군 인권센터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오발 사고를 주장하는 박 경위의 말만 받아들이고 사건을 업무상 과실치사로 보고 있다”며 “박 경위가 박 상경의 급소를 향해 총을 겨누고 오발을 방지하는 고무를 의도적으로 제거한 점에 비춰볼 때 당연히 미필적 고의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당한 것은 이번 사건으로 감춰진 ‘의경 탈영’ 사건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것입니다. 구파발 검문소에 배치돼 근무 중이던 최모(30) 일경이 지난달 31일 3박 4일 정기외박을 나가고서 복귀 시한인 이달 3일 오후 6시를 지나 현재까지 부대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최 일경을 고발 조치하고 전국에 수배를 내린 상태입니다. 개성~경기 북부~서울을 잇는 통일로의 관문으로 다른 검문소들보다 한층 높은 내부 기강이 요구되는 구파발 검문소가 이 모양이니 다른 곳들은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5-08-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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