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아파트 주민 폭행·욕설 사건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자로부터 폭언과 함께 폭행을 당하는 일이 또 일어났다. 50대 주민이 70대 경비원의 뺨을 때렸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언어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경비원들의 인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비슷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6일 폭행 등 혐의로 조모(59·무직)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조씨는 지난 15일 오후 11시 50분쯤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 정모(73)씨의 멱살을 붙잡고 뺨을 서너 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가 근무하는 경비실에서 난동을 피우며 전화기와 전기난로 등을 넘어뜨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발생 당시 조씨는 만취한 상태로 아파트 단지에 들어와 자기 집까지 정씨의 부축을 받고 들어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집 밖으로 나오더니 “왜 나를 몰라보느냐”, “네가 뭔데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일하냐”는 등 반말과 욕설을 섞어 가며 정씨를 위협하고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조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정씨는 그러나 조씨에 대한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아파트에서 오래 일을 하면서 조씨의 부모와도 알고 지내는 사이라며 처벌받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단순 폭행사건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이 진행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다.
정씨에 대한 조씨의 폭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조씨가 2013년에도 술에 취해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린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정씨는 이번과 같은 이유로 조씨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경비원들의 일이 대표적인 저임금 노동이다 보니 사회적으로 그 가치를 낮게 보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특히 대부분의 경비원들이 간접고용으로 일하다 보니 상시적인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폭언, 폭행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비원에 대한 인식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5-12-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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