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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두 딸 살린 30대 가장 발인…마지막 날까지 슬픔 가라앉은 빈소

성탄절에 두 딸 살린 30대 가장 발인…마지막 날까지 슬픔 가라앉은 빈소

김예슬 기자
김예슬, 강동용 기자
입력 2023-12-28 11:16
업데이트 2023-12-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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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추모관에 차려진 박모(33)씨의 빈소. 강동용 기자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추모관에 차려진 박모(33)씨의 빈소. 강동용 기자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두 딸을 살리고 숨진 박모(33)씨의 빈소가 차려진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추모관. 27일 이른 아침부터 빈소는 “아이고 아이고”하는 흐느낌과 “이럴 수는 없다”며 오열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빈소 앞은 약사로 일했던 고인의 동료, 대학 동기 등이 보낸 조화가 입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고인의 마지막 떠나는 길을 함께 하기 위해 모인 조문객들의 행렬은 빈소 밖까지 이어졌다.

이날 유족들은 차분하면서도 침통한 분위기 속에 고인의 발인을 준비했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박씨의 발인식은 예배 형식으로 진행됐다. 발인 예배 이후 빈소 밖으로 나온 박씨의 시신이 담긴 관을 30여명 남짓 되는 유족과 지인들이 따랐다. 박씨의 영정사진은 결혼식 당시 사진으로 알려졌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는 박씨 얼굴을 본 조문객들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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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추모관에서 박모(33)씨의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김예슬 기자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추모관에서 박모(33)씨의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김예슬 기자
박씨와는 교회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진 아내 정모(34)씨와 부부의 두 딸은 이날 발인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화재 당시 어깨와 허리에 중상을 입고 척추가 부러져 현재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전날 오후 남편의 입관식에 참여하기 위해 병상에 반쯤 누운 채로 의사와 함께 빈소 찾은 정씨는 10분 정도 남편과 작별 인사를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갔다.

조문객들은 하나같이 박씨를 ‘심성이 착하고 활발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박씨의 약대 재학 시절 선배인 차모(34)씨는 “예의도 바르고 착해서 선배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후배였다”고 전했다. 대학 시절 박씨를 지도했다는 박모(64) 교수는 박씨가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투약 봉사를 나가던 부지런하고 성실하던 제자였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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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새벽 3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26일 오전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3.12.26. 도준석 기자
성탄절 새벽 3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26일 오전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3.12.26. 도준석 기자
화재 최초 신고자인 10층 거주자 임모(38)씨의 발인도 이날 오전 7시쯤 진행됐다. 임씨는 부모님과 동생을 먼저 대피시킨 뒤 뒤따르다가 연기 흡입으로 아파트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한편 화재 원인과 관련해 경찰은 현장서 발견된 담배꽁초, 라이터와 화재 연관성을 수사 중이다. 지난 26일 경찰·소방·한국전기안전공사 등 21명으로 꾸려진 합동감식단에 따르면 발화지점은 70대 노부부가 살던 아파트 301호 거실 쪽 작은방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감식에서 발견한 증거물을 분석 중이다”며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인 301호 거주자들이 퇴원하는 대로 불러 화재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김예슬·강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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