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코로나 변수’… 75개교 수업 못했다

첫날부터 ‘코로나 변수’… 75개교 수업 못했다

김소라 기자
입력 2020-05-20 22:22
수정 2020-05-21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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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고3 45만명, 80일 만의 등굣길

‘새벽 확진’ 고3 2명 거짓말 강사發 확인
인천 66곳 귀가조치·안성 9곳 등교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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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는 온라인, 교실은 오프라인 ‘분반 수업’
복도는 온라인, 교실은 오프라인 ‘분반 수업’ 고등학교 3학년이 등교 수업을 시작한 20일 충북 청주의 한 고등학교 복도에서 학생들이 분반 수업을 하고 있다. 이 학교는 이날 교실 안에서는 오프라인 정상 수업을 했고, 분반한 학생들은 노트북 등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교실 수업을 복도에서 시청했다. 충북도교육청은 학급당 학생수가 30명을 초과하면 분반 수업을 하도록 했다.
청주 연합뉴스
전국 고등학교 3학년 학생 45만여명이 올해 처음으로 등교한 20일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학생 귀가와 등교 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의 여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등교 중지 조치가 잇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인천시교육청은 미추홀구와 중구, 동구, 남동구, 연수구 등 5개 구의 고등학교 총 66곳에 등교 중단 조치를 내리고 등교한 3학년 학생들을 귀가시켰다. 미추홀구의 한 코인노래방을 방문했다가 이날 새벽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고3 학생 2명(인천 119·122번 확진자)의 동선 파악 및 역학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거나 접촉한 학생을 특정하기 어려워서다. 이들 학교는 이번 주 등교수업을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고 역학 조사 결과에 따라 등교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2명의 고교생은 인천 ‘거짓말 강사’발 확진자다. 이들을 포함해 이날 강사발 확진자가 5명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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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앞 발열체크 뒤 등교
교문 앞 발열체크 뒤 등교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그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80일 만에 등교했다. 20일 서울 용산구 중경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 체온을 재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경기도교육청도 이날 안성 지역 9개 고등학교에 등교 중지 조치를 내렸다. 전날인 19일 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안성 3번 확진자)의 동선이 파악되지 않은 탓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들 학교에 대해 21일 정상 등교하도록 했다.

학교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해도 지역 단위의 학생 전원 귀가 및 등교 중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는 셈이다. 학생의 안전을 고려한 신속한 조치지만, 역학조사가 이뤄지기 전 교육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에 따라 등교 중지의 범위와 기간이 정해져 학교와 학생들의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 이들 학교가 1주일간 원격수업을 하는 것도 이날 저녁에야 결정됐다.

등교가 중지된 고3 학생들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겪게 된다. 등교가 중지된 인천 지역 학교 학생들은 당장 21일 치러지는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4월 학력평가’)를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치른다. ‘대입 가늠자’로 여겨지는 중요한 시험이지만 이들 학생의 성적은 산출되지 않는다. 이들 학생은 인터넷 수험생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에서 “우리만 불리한 것 아니냐”, “어제 기숙사에 입소했는데 하루 만에 퇴소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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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학생 확진에 갑작스런 하교
인천 학생 확진에 갑작스런 하교 20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교육당국의 갑작스런 귀가 조치에 따라 교문을 나서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코인노래방을 다녀온 고등학생 2명이 이날 아침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오전 10시 30분쯤 미추홀구·중구·동구·남동구·연수구 내 66개 고등학교 학생들을 조기 하교시켰다.
뉴스1
등교 중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는 긴장감 속에 학교 문을 열었다.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 용산구 중경고등학교에서는 교문 앞에서 줄지어 선 학생들의 이마에 교사가 체온계를 갖다 댔다. 발열 검사를 마친 학생들은 교사들이 덜어 주는 손소독제를 바르고 교문에서 현관까지 2m 간격으로 새겨진 발자국 표시를 따라 줄을 섰다. 현관 앞에서 발열 검사와 열화상 카메라까지 ‘3중 관문’을 통과해야 교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중경고는 학급당 평균 학생수가 18.7명으로 적은 편이지만 책상 간격을 넓히기 위해 교실 안에서 사물함을 들어 냈다. 학생들은 손걸레와 소독제로 책상을 닦은 뒤 자리에 앉았다. “열이 나거나 몸에 이상이 있는 학생은 손을 들어 보세요.” 교사는 학생들에게 생활수칙을 다시 한번 안내하고 올해 첫 교실 수업을 시작했다. 김승겸 중경고 교장은 “대입을 앞둔 고3 학생과 학부모들은 등교를 해도, 안 해도 걱정인 게 솔직한 심정”이라면서 “학생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이날 서울 송파구 창덕여자고등학교에서는 현관 앞에 줄을 서 발열 검사를 하는 생소한 풍경에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학교 3학년 김모(18)양은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불안하지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반갑다”며 웃었다. 이모(18)양은 “공부를 계속해 왔지만 주변에 친구들이 없어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았다. 모의고사도 아직 못 봐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는 학생들의 건강 진단과 생활수칙 안내, 동선 설계 등에서 고심을 거듭했다. 창덕여고는 등교시간과 급식시간 등에서 학생들의 동선을 시뮬레이션으로 보여 주는 영상을 직접 재작해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조금이라도 높은 체온이 감지된 학생은 보건실로 데려가 정밀 검사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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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로 앉아서 급식
지그재그로 앉아서 급식 중경고등학교는 급식실 식탁 위에 투명 가림막과 함께 ‘엑스’자가 새겨진 표지판을 지그재그 모양으로 올려놓아 학생들이 서로 거리를 두고 앉도록 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중경고는 학년별로 교실에 들어서는 동선을 나눠 표시했다. 급식실 식탁에는 투명 가림막과 함께 ‘엑스’(X) 자가 새겨진 표지판을 지그재그 위치로 올려놓았다. 3학년 학생들이 표지판이 없는 자리에서 식사를 하면 표지판을 그 자리로 옮겨 놓고 1~2학년 학생들이 3학년이 앉지 않은 자리에서 식사를 하도록 교사들이 고안한 아이디어다. 김 교장은 “총 26개에 달하는 선택 과목 수업을 위해 이동할 때도 학생들이 간격을 유지하도록 교사들이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완벽한 방역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일선 학교의 지적이다. 전교생이 1000명가량인 경기도의 한 고교 3학년 담임교사는 “3학년만 등교할 때는 화장실을 층마다 나눠 쓸 수 있지만 1~2학년까지 등교하면 분산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등교 첫날부터 대규모 등교 중지 사태가 발생한 데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30명대로 오르면서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등교 개학 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20-05-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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