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은은한’ 예식장 인테리어도 저작권 대상 될까

‘어둡고 은은한’ 예식장 인테리어도 저작권 대상 될까

입력 2015-08-31 07:17
수정 2015-08-3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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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업체 ‘다른 업체가 베꼈다’ 소송…법원 “일반적인 디자인” 기각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김모(30)씨는 결혼 장소를 정하려고 서울 시내 예식장 7군데를 찾아다녔다. 일부 예식장은 식장 내부 분위기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둑어둑한 분위기에 버진로드가 있고 무대로 이어지고. 장식 정도나 좀 차이가 났을까요? 웨딩홀마다 특색은 있지만 아무래도 결혼식 내용 자체가 비슷하니까 식장도 비슷해질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결혼식장 인테리어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서울 한 웨딩업체가 다른 웨딩홀을 상대로 “우리 인테리어를 베꼈다”며 소송을 냈다.

표절에 따른 부정경쟁인 만큼 영업을 사실상 중단시켜 달라는 취지인데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수석부장판사)는 A 예식장 계열사들이 B 예식장과 인테리어 업체를 상대로 낸 ‘디자인권 침해금지 등 가처분’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31일 밝혔다.

A 업체는 예식장 인테리어 디자인을 연구해 ‘독자적인 콘셉트’를 만들었는데 B 업체가 이를 베껴 부정경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자적 콘셉트’란 예컨대 웨딩홀 바닥, 벽, 천장 등에 어두운 색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만들고, 버진로드와 천장에 흰색 원단을 써 신랑·신부의 입장을 화려하게 보이도록 하는 식이다.

또 벽 사이 공간에 조명을 심어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로비 등에 대리석과 나무 소재의 기둥, 바닥, 칸막이, 가구 등을 배치해 따뜻한 느낌이 들도록 연출한 점도 투자와 노력의 성과라고 했다.

A 업체는 특히 식장 내 샹들리에는 이미 디자인 등록이 돼 있어 법적 보호 대상이라며 비슷한 모양의 샹들리에를 천장에 달아놓은 B 업체가 디자인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업체가 주장하는 인테리어 특징은 일반적 예식장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라며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기울여서 식별력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업체의 출입문, 벽, 기둥, 천장, 바닥, 가구 등이 일부 유사하지만 이런 개별 요소들이 A 업체만의 것이 아니며, A 업체가 최초로 제작해 썼다고 볼 증거 역시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샹들리에도 “A 업체는 수직단면이 마름모 형태인데 반해 B 업체는 다이아몬드 형태”라며 “밑에서 보는 사람을 기준으로 A 업체 샹들리에가 윗부분이 볼륨감 있어 보이는 차이점이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예식장끼리의 이런 소송전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젊은이들의 결혼이 갈수록 줄며 웨딩업계에서도 생존경쟁이 치열하다는 해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전국 1천38개였던 예식장은 2013년 923개로 200개 넘게 줄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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