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존치 과도기 거쳐 일본식 ‘예비시험제’ 도입 유력

사시 존치 과도기 거쳐 일본식 ‘예비시험제’ 도입 유력

입력 2015-12-03 13:54
업데이트 2015-12-0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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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2012년 정책연구 용역…경제적 약자 배려 대안사시 한시 연장으로 차기 정부에 ‘폭탄 떠넘기기’ 비판도

법무부가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은 사법시험 폐지에 부정적인 여론이 대세인 상황을 받아들인 결과다.

이해 당사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한시 연장이라는 ‘제3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소모적인 논쟁을 막아보자는 의도도 엿보인다.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도 고려됐다. ‘고비용 저효율’ 논란의 중심에 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스스로 문제점을 해결하고 연착륙할 기회를 줬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 시점을 다음 정부로 미루면서 ‘책임 떠넘기기’를 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사법시험 찬반 양론 주장 ‘절충’

로스쿨은 ‘고시 낭인’을 없애고 전공에 관계없이 누구나 법조인이 될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2009년 도입됐다.

2010년부터 매년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2017년에는 시험제도 자체를 완전 폐지한다는 게 애초 정부 계획이었다.

하지만 로스쿨은 연 학비가 2천만원 안팎에 달해 도입 당시부터 ‘가진 자’를 위한 제도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고시 낭인이 없어진 대신 저소득·소외계층의 신분 상승 통로가 막혔다는 여론도 비등했다.

사법시험 존폐를 둘러싼 논쟁은 ‘사시충(蟲)’ ‘로퀴벌레’ 등의 단어를 양산하며 빈부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사회적 갈등은 사법시험의 마지막 1차 시험을 한 해 앞둔 올해 중순부터 본격화됐다.

법무부가 사법시험 한시 연장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양쪽 의견을 모두 반영한 절충안 성격이 강하다. 최악의 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상황만큼은 막아보자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법무부는 우리 국민 80% 이상이 사법시험 존치에 찬성한다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4년의 유예기간을 설정한 것은 로스쿨 제도 개선과 정착, 사법시험 폐지 이후 대안 마련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두루 고려한 것이라고 법무부는 밝혔다.

변호사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사회에서 사법시험은 노력하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며 “이런 저변의 인식을 무시하고 사법시험을 완전 폐지하기에는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표면화되기 시작한 로스쿨 출신과 사법연수원 출신 간 반목과 갈등도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연장된 셈이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감한 사회 현안에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결국 차기 정부로 ‘폭탄을 떠넘겼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변호사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사법시험 존치를 둘러싼 대결 구도가 4년 연장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입장이 공식화함에 따라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2017년 12월 31일 사법시험을 폐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시험 시행을 연장하려면 이 조항을 없애고 대체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현재 새누리당 함진규·노철래·김용남·김학용·오신환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 등이 사법시험 존치를 핵심으로 한 변호사시험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 4년 후 대안은…변호사 예비시험제 도입 유력

법무부는 사법시험 연장을 발표하면서 ▲ 사법시험과 유사한 예비시험제도 도입 ▲ 입학·학사관리·졸업 후 채용 등 로스쿨제도 전반의 개선 방안 마련 ▲ 사법시험 존치를 전제로 사법연수원을 대체하는 연수기관 설립 등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첫 번째 안이다.

사법시험에 준하는 별도의 시험제도를 마련해 로스쿨에 갈 형편이 안 되는 사람에게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변호사 예비시험제다. 법무부도 현재 이를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이미 2012년 ‘예외적 변호사시험 사례’라는 이름의 정책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이번에 제시된 대안은 이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수립된 것이다.

변호사 예비시험은 일본에서 선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역시 사법시험의 폐해를 없애고자 2004년 우리나라와 비슷한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로스쿨 학비를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 약자를 위해 로스쿨 과정을 대체하는 예비시험 제도를 만들어 법조인 양성 과정을 이원화시켰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이러한 예비시험제 도입을 근간으로 한 변호사시험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변호사예비시험을 합격한 뒤 3년간 대체 법학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변호사시험을 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비시험제가 로스쿨제와 양립 가능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본의 경우 예비시험 평균 합격률이 3% 안팎에 불과해 ‘제2의 사법시험’으로 인식되지만 선호도는 오히려 로스쿨보다 높다. 또 올봄 입학전형에서 54개 로스쿨 가운데 50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어렵게 제도 개혁을 이뤘지만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결국 일본처럼 예비시험과 로스쿨로 법조인 양성시스템을 이원화할 경우 이를 얼마나 균형 있게 운영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종국적으로는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 단일 체제로 간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라며 “예비시험제는 로스쿨제도 정착을 뒷받침하는 보조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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