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도 미투… “조희진, 알고도 조치 안 했다”

임은정 검사도 미투… “조희진, 알고도 조치 안 했다”

나상현 기자
나상현 기자
입력 2018-02-05 21:42
업데이트 2018-02-0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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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글

“15년 전 부장검사에게 추행당해
5년 뒤 밝혔지만 후속 조사 안 해”
조희진에 단장직 사퇴 거듭 촉구


검찰 내 성폭력 피해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임은정(44·사법연수원 30기) 검사가 5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2003년 상관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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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북부지검 임은정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지난 2003년 상관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사진은 2011년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재직 당시 법무부 국정감사에 나온 임 검사. 뉴스1
5일 서울북부지검 임은정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지난 2003년 상관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사진은 2011년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재직 당시 법무부 국정감사에 나온 임 검사.
뉴스1
임 검사는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의료 전담 검사로 근무하던 2003년 회식이 끝난 후 A부장이 자신을 관사로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강간미수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임 검사의 글에 따르면 2003년 5월 임 검사는 모 단체와의 연합 회식 때 (폭탄주가 몰려) 필름이 끊어졌고, 이후 2차 회식이 끝날 무렵 정신을 다소 차렸다. A부장은 임 검사를 따로 챙겨 관사로 데려다줬다. 임 검사는 목이 마르다는 A부장에게 물 한 잔을 주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배웅하려 했지만 A부장이 갑자기 키스했고, 임 검사가 관사로 들어가려고 현관문을 열자 A부장은 임 검사를 밀치고 집 안까지 들어와 임 검사에게 성적으로 추근거렸다. 결국 임 검사가 비명을 지르겠다고 위협하며 실랑이를 벌인 끝에 A부장은 관사 밖으로 나갔지만 임 검사가 문을 걸어 잠근 뒤에도 A부장은 계속 초인종을 눌러댔다.

이후 임 검사는 수석 검사를 통해 해당 부장의 사표를 받아 달라고 요구했고, 해결되지 않자 지청장에게 찾아가 “주거침입 강간미수 고소도 불사하겠다. 사표를 받아 달라”고 통보해 결국 A부장은 사표를 냈다.

임 검사는 과거 경험을 폭로하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의 단장인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임 검사는 2007년 1박 2일로 진행된 여검사 모임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지만 후속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임 검사는 “조희진 단장님. 그때 무언가 조치를 해 주셨다면 2010년 서(지현) 검사의 불행한 강제추행 피해가 없었거나, 최소 피해자 있었다고 하더라도 즉시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조 단장님의 조사단장 자격에 제가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직장 내 성폭력이 왜 지금껏 덮였는지에 대해 조 단장도 조사를 받아야 할 객체”라고 주장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8-02-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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