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이재명 전 비서실장 ‘성남FC’ 구속영장에 23차례 등장…“이제 정치 내려놓으시라”

숨진 이재명 전 비서실장 ‘성남FC’ 구속영장에 23차례 등장…“이제 정치 내려놓으시라”

박상연 기자
박상연 기자
입력 2023-03-10 16:03
업데이트 2023-03-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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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검찰 조사
발견된 유서 “더 이상 희생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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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국민 속으로 경청투어’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3.03.10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국민 속으로 경청투어’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3.03.10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인 전모 씨가 9일 숨진 채로 발견된 가운데 전씨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관련 이 대표의 공범으로 구속영장 곳곳에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가 남긴 유서에는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검찰이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에서 전씨 이름이 모두 23차례 나온다. 특히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설명한 부분에서 검찰은 이 대표의 전달자 역할이나 협상 창구로 활동한 공범으로서 전씨를 집중 거론했다.

검찰은 성남시 행정기획국장(4급)이던 전씨가 이 대표(당시 성남시장)의 지시로 주요 현안 대응을 총괄하고 각종 정책과 주요 계획을 검토하고 수립 및 추진하는 업무를 담당했다고 기술했다. 전씨는 2018년 이 대표가 경기지사에 취임한 뒤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특히 검찰은 2014년 11월 초 전씨가 네이버 대관 업무 담당자와 만나 네이버가 성남시 소유 구미동 부지를 사는 대가로 성남FC에 50억을 후원해달라는 이 대표의 의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봤다. 이후 양측은 구미동이 아닌 정자동 부지를 네이버가 매입하는 조건으로 후원금을 최종적으로 40억원으로 합의했다. 후원금 출처가 네이버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제윤경 전 의원이 운영한 ‘희망살림’을 거치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 측이 성남FC 관계자와 실무 협상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사전 협의를 담당했던 역할을 했다는 내용도 구속영장에 포함됐다고 한다. 네이버는 이후 건물 신축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신축 건물 근린생활시설 지정, 최대 용적률 상향 등의 민원을 전씨를 통해 제안했고 이는 결국 성사됐다.

한편 노트 6쪽 분량의 전씨의 유서에는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등과 관련된 각종 의혹 사건으로 인한 피해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외에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 “(사건 당시) 행정기획국장이어서 권한도 없었는데 피의자로 입건됐다”,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며 유서에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 수사에 조작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도 남겼다고 전해진다. 그의 유족이 유서 공개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전씨에게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시신 부검 영장을 신청했다. 영장 발부 여부는 추후 결정될 전망이다.

전씨는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의 사퇴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다가 지난해 12월 말 퇴직했다. 검찰 조사는 퇴직 전후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뤄졌다.

이 대표는 이날 전씨의 극단 선택에 대해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이뤄진 대장동 관련 배임 혐의 공판을 마치고 나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제발 남의 핑계 좀 대지 마시고 본인 책임부터 이야기하시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재판 출석 전 취재진에게 “본인(이재명)이 책임져야 하는데 항상 뒤로 물러나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경우엔 저만 기소돼 있지 않나”라며 “그분도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 지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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