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앙된 檢 “법원이 ‘기각’ 맞춰 결론… 칼 쥐여 줘야 살해 지시인가”

격앙된 檢 “법원이 ‘기각’ 맞춰 결론… 칼 쥐여 줘야 살해 지시인가”

임주형 기자
입력 2023-09-27 23:48
수정 2023-09-2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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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기각에 술렁이는 검찰 내부

“당대표 신분이라 증거인멸 없다?
정치적 고려 있는 건 아닌지 우려”
검찰총장 “수사팀과 재청구 상의”
다른 증거 없이 영장 재청구 부담
추석 지나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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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27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27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입니다.” “앞뒤가 모순된 것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27일 검찰은 이례적으로 ‘유감’, ‘모순’ 등 강한 표현을 여과 없이 담은 입장문을 냈다. 특히 “단지 정당 대표 신분 때문에 증거인멸이 없다고 적시한 건 사법에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 아닌지 우려가 있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재청구는 수사팀과 상의해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입장문을 통해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고 인정하고 백현동 개발 비리에 이 대표에 대한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있다고 하면서도 대북 송금 관련 이 대표의 개입을 인정한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진술을 근거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한 판단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는 것은 증거인멸을 현실적으로 했다는 것인데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판단하고,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모순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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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영장 기각 결정에 상당한 견해차가 있어 수긍하기 어렵고 결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법원 판단은 기각이라는 결론에 맞춘 수사적 표현으로 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법원이 대북 송금 사건의 증거인멸 우려와 관련해 ‘이 대표가 직접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개입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대해선 “칼을 꼭 쥐여 주고 살인을 지시해야 살해 지시인가”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 혐의에 대해 추가로 보강해 수사할 부분을 잘 찾아 범죄에 상응하는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장 재청구 질문엔 “일선 수사팀과 충분하게 협의해 수사 상황과 앞으로 계획을 점검하는 등 다시 한번 살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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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뉴스1
다만 검찰이 보강 수사를 하더라도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재청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는 12월 9일까지 정기국회가 이어지는데, 회기 중 영장을 청구하면 체포동의안이 다시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새로운 증거 없이 영장 재청구를 하면 거센 역풍만 맞을 수 있다. 따라서 추석 연휴 이후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에서 일부 혐의 입증이 불충분하다는 취지로 영장 기각 판단을 받은 터라 보강 수사를 강화한다면 기소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법원 판단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차장검사급 간부는 “검찰 입장에선 중대한 범죄고 증거 관계도 탄탄한 데다 구속 사유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기각으로 많이 당황했다”며 “법원의 고심 흔적은 느껴지나 결론을 정해 놓고 그에 맞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2023-09-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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