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증기폭발’ 위험성 실제 핵연료로 첫 규명

원전 ‘증기폭발’ 위험성 실제 핵연료로 첫 규명

입력 2013-03-26 00:00
수정 201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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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도 11개국 참여… 사고 대비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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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들이 자체 제작한 증기 폭발 실험장치 TROI에 연료를 주입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들이 자체 제작한 증기 폭발 실험장치 TROI에 연료를 주입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제공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자연재해나 돌발상황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이 얼마나 빈곤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원전에 대한 세계 최고 수준의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는 일본의 자신감은 지진과 함께 방파제를 뛰어넘는 쓰나미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원전은 위험성 때문에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사전에 실험하거나 데이터를 축적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 가짜 핵연료를 사용하거나 비상상황을 가정한 훈련만 반복하게 마련이다.

한국이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이런 문제점에 정면으로 도전해 성공을 거뒀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5일 “원자력연 중대사고·중수로안전연구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의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주관, 증기 폭발 현상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증기 폭발’은 원전 사고 발생 시 2000도 이상의 고온에 의해 핵연료가 녹아 생성된 노심 용융물과 냉각수가 반응해 급격히 발생하는 수증기가 폭발하는 현상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도 발생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미국, 일본, 독일 등 11개국 18개 기관이 참여해 5년간 260만 유로(약 37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됐다. 한국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원자로 증기 폭발 실험장치 ‘TROI’를 이용, 실제 핵연료 물질을 사용해 증기 폭발 실험을 수행하고 폭발이 격납건물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20㎏의 산화우라늄, 이산화지르코늄 등을 TROI 내에서 2000~3000도 이상으로 가열해 증기 폭발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실제 핵물질을 증기 폭발 실험에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험에서는 지금까지 핵연료 대체물질로 증기 폭발 실험에 사용했던 알루미나(알루미늄 산화물) 실험과는 크게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송진호 원자력연 중수로안전연구부장은 “원전 증기 폭발의 위력이 당초 대체물질을 사용해서 추정했던 실험치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밝혀냈다”면서 “추가연구를 진행하면 원전 사고 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바닷물이나 증류수를 투입하는 시기나 용량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2013-03-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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