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英 등 3개국 공동연구 개발
기존 DNA 검사 최대 수년 걸려
나노포어 기술 몇 시간 만에 진단
헌팅턴병·소아대뇌전증 등 찾아
임상시험 후 빠르면 2년 내 활용
호주·영국·이스라엘 3개국 18개 연구기관이 DNA 스캔 한 번으로 50여 종류의 유전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우리 인체를 구성하는 DNA 중 한 부분만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희귀 유전 질환을 앓을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엘리자베스 홈스가 한때 ‘여성 스티브 잡스’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의과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성배를 발견한 것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화학과를 중퇴한 홈스는 2003년 바이오벤처 테라노스를 설립해 혈액 한 방울로 200가지 이상의 질병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2015년 기업 가치가 90억 달러(약 11조원)까지 뛰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이 이 진단 기술이 조작됐다는 걸 폭로하면서 테라노스는 2018년 문을 닫았다. 혁신의 아이콘에서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고 사기꾼으로 몰락한 홈스는 지난 1월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방법원에서 11건 사기 혐의 가운데 4건을 유죄로 평결받았다.
호주·영국·이스라엘 3개국 18개 연구기관이 DNA 스캔 한 번으로 50여 종류의 유전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우리 인체를 구성하는 DNA 중 한 부분만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희귀 유전 질환을 앓을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이라 데브 박사도 DNA 결손으로 인한 희귀 유전 질환을 갖고 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연구팀은 나노포어 기술을 활용했다. 나노포어는 나노미터(㎚, 1㎚=10억분의1m) 크기의 미세한 구멍을 말한다. 나노포어가 가득한 얇은 막을 만들고 여기에 분자를 통과시키면서 전기를 흘리면 분자의 종류에 따라 나노포어를 통과할 때 전기신호가 달라진다. 이를 분석하면 분자의 크기와 종류를 알 수 있다. DNA나 RNA를 구성하는 염기 4종류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 역시 나노포어를 통과하면서 다른 전류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통해 염기서열을 파악할 수 있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유전 질환 검사를 위해 갓 태어난 아이의 발바닥에서 채혈을 한다.
미국 시카고대 제공
미국 시카고대 제공
연구를 주도한 호주 가번 의학연구소 임상 게노믹스센터 이라 데브슨 박사는 “난치성 유전 질환은 한 사람의 유전자에서 비정상적 DNA 염기서열이 반복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쉽지 않았다”며 “이번 기술은 희귀성 유전 질환을 좀더 쉽게 발견하도록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2022-03-07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