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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한 방울로 희귀유전질환 50개 잡아낸다

혈액 한 방울로 희귀유전질환 50개 잡아낸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2-03-06 20:04
업데이트 2022-03-0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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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英 등 3개국 공동연구 개발

기존 DNA 검사 최대 수년 걸려
나노포어 기술 몇 시간 만에 진단
헌팅턴병·소아대뇌전증 등 찾아
임상시험 후 빠르면 2년 내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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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영국·이스라엘 3개국 18개 연구기관이 DNA 스캔 한 번으로 50여 종류의 유전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우리 인체를 구성하는 DNA 중 한 부분만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희귀 유전 질환을 앓을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호주·영국·이스라엘 3개국 18개 연구기관이 DNA 스캔 한 번으로 50여 종류의 유전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우리 인체를 구성하는 DNA 중 한 부분만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희귀 유전 질환을 앓을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혈액검사만으로 모든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피 한 방울로 많은 질병을 한 번에 진단하는 기술은 의과학 및 공학 분야의 최종 목표 가운데 하나다. 입자물리학에서 우주의 근본 물질과 그들의 상호작용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통일장이론을 찾으려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 홈스가 한때 ‘여성 스티브 잡스’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의과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성배를 발견한 것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화학과를 중퇴한 홈스는 2003년 바이오벤처 테라노스를 설립해 혈액 한 방울로 200가지 이상의 질병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2015년 기업 가치가 90억 달러(약 11조원)까지 뛰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이 이 진단 기술이 조작됐다는 걸 폭로하면서 테라노스는 2018년 문을 닫았다. 혁신의 아이콘에서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고 사기꾼으로 몰락한 홈스는 지난 1월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방법원에서 11건 사기 혐의 가운데 4건을 유죄로 평결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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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영국·이스라엘 3개국 18개 연구기관이 DNA 스캔 한 번으로 50여 종류의 유전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우리 인체를 구성하는 DNA 중 한 부분만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희귀 유전 질환을 앓을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이라 데브 박사도 DNA 결손으로 인한 희귀 유전 질환을 갖고 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호주·영국·이스라엘 3개국 18개 연구기관이 DNA 스캔 한 번으로 50여 종류의 유전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우리 인체를 구성하는 DNA 중 한 부분만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희귀 유전 질환을 앓을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이라 데브 박사도 DNA 결손으로 인한 희귀 유전 질환을 갖고 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실체가 없었던 홈스의 기술과는 달리 호주, 영국, 이스라엘 등 3개국 18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DNA 스캔 한 번으로 50개 이상의 유전질환을 찾아내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기존 DNA 검사 기술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지만 이번 기술은 단 몇 시간 만에 유전질환 여부를 진단해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는 호주 가번 의학연구소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의대, 시드니대 뇌·마음연구센터, 영국 런던대(UCL) 퀸 스퀘어 신경학연구소와 런던 국립 신경학·신경외과병원, 이스라엘 라빈 메디컬센터 유전학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월 5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나노포어 기술을 활용했다. 나노포어는 나노미터(㎚, 1㎚=10억분의1m) 크기의 미세한 구멍을 말한다. 나노포어가 가득한 얇은 막을 만들고 여기에 분자를 통과시키면서 전기를 흘리면 분자의 종류에 따라 나노포어를 통과할 때 전기신호가 달라진다. 이를 분석하면 분자의 크기와 종류를 알 수 있다. DNA나 RNA를 구성하는 염기 4종류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 역시 나노포어를 통과하면서 다른 전류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통해 염기서열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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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진단이 중요한 유전 질환 검사를 위해 갓 태어난 아이의 발바닥에서 채혈을 한다. 미국 시카고대 제공
조기 진단이 중요한 유전 질환 검사를 위해 갓 태어난 아이의 발바닥에서 채혈을 한다.
미국 시카고대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혈액에서 추출한 단일 DNA 샘플을 나노포어 기술로 분석해 비정상 유전자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이를 통해 헌팅턴병, 취약X증후군, 조기 발병 소뇌 운동실조, 근긴장성이영양증, 소아대뇌전증, 운동뉴런질환을 포함해 50개가량의 희귀 유전질환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기술은 임상시험을 거쳐 빠르면 2년, 늦어도 5년 내에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를 주도한 호주 가번 의학연구소 임상 게노믹스센터 이라 데브슨 박사는 “난치성 유전 질환은 한 사람의 유전자에서 비정상적 DNA 염기서열이 반복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쉽지 않았다”며 “이번 기술은 희귀성 유전 질환을 좀더 쉽게 발견하도록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2022-03-0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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