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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대멸종 시계…인간이 방아쇠 당겼다

여섯 번째 대멸종 시계…인간이 방아쇠 당겼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2-03-24 17:56
업데이트 2022-03-25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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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욕심에 희생된 생태계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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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동해에 수만 마리가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독도강치는 일제강점기 이후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면서 1994년 멸종이 선언됐다. 울릉도에 설치된 독도 강치 조형물. 해양수산부 제공
19세기 초 동해에 수만 마리가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독도강치는 일제강점기 이후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면서 1994년 멸종이 선언됐다. 울릉도에 설치된 독도 강치 조형물. 해양수산부 제공
최근 많은 과학 학술지에서 ‘인류세’(Anthropocene)에 관한 우려 섞인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류세는 안정적으로 진화해 온 생태계가 인간 때문에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부끄러운 용어다.

실제로 지난 3월 18일자 과학저널 ‘사이언스’에는 캐나다 토론토 미시소가대 진화생물학자들을 중심으로 26개국 과학자 287명이 전 세계 160개 지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간과 도시가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지배적 힘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논문이 실렸다. 인간이 생태계 속 동식물의 생존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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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질 경우 대형마트 매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 주는 모습. 꿀벌이 사라지면 오른쪽 사진처럼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를 구하기 어렵게 된다. 미국 홀푸드마켓 제공
꿀벌이 사라질 경우 대형마트 매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 주는 모습. 꿀벌이 사라지면 오른쪽 사진처럼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를 구하기 어렵게 된다. 미국 홀푸드마켓 제공
멕시코 국립자치대, 미국 스탠퍼드대, 미주리 주립식물원 연구팀도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에 “인간 때문에 지구상 모든 생물의 70~95%가 사라지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며 “생태계 붕괴와 멸종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자연의 회복 능력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간 때문에 멸종한 동물 중 가장 유명한 사례는 ‘도도새’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 모리셔스에 살았던 비둘기목 동물인 도도는 칠면조보다 크고 천적이 없어 날 수 없는 새였다. 1505년 포르투갈인들이 모리셔스에 상륙한 이후 신선한 고기를 원하는 사람들 때문에 무분별하게 포획되면서 100년 만에 희귀종이 됐고 1681년에는 남은 한 마리가 죽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됐다.

한반도에서도 인간에 의해 사라진 생물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 동해안과 독도 지역에 살았던 바다사자과 ‘독도 강치’다. 독도 강치는 19세기 초 수만 마리가 살았지만 1905년 이후 일본인들이 가죽과 기름을 얻기 위해 집중 포획하면서 멸종위기 동물이 됐다. 독도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이 1972년이었으며 1994년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 멸종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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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셔스에 서식하던 도도새는 서양인들이 상륙한 지 100년 만에 멸종위기종이 됐고 17세기 말 멸종해 버렸다. 영국 옥스퍼드대 자연사박물관 제공
모리셔스에 서식하던 도도새는 서양인들이 상륙한 지 100년 만에 멸종위기종이 됐고 17세기 말 멸종해 버렸다. 영국 옥스퍼드대 자연사박물관 제공
인간이라는 요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동식물 멸종은 더욱 빨라지고 그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19년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 총회에서 50개국 과학자 145명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동식물 800만 종 가운데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생물종의 멸종 속도는 지난 1000만 년 동안보다 수십, 수백 배 빨라졌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산호초는 150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양서류는 40%, 포유류 25%, 식물 중 침엽수는 34%가 멸종위기 상태에 놓였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다트머스대, 하버드대 공동 연구팀은 지난 3월 11일자 생태학 분야 국제학술지 ‘식물, 인간, 행성’에 식물 생태계에서도 인간에게 필요한 식물만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식물은 멸종의 길을 걷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존 크레스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수석식물학자는 “지구 생태계에서 인간이 당장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만 선택하려는 경향 때문에 생물다양성뿐만 아니라 진화라는 자연적 과정이 파괴되고 있다”며 “최종 결과는 그대로 사람에게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2022-03-2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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