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운지] 옛 스승 전창진 감독과 다시 한 팀된 프로농구 KT 맏형 신기성

[스포츠 라운지] 옛 스승 전창진 감독과 다시 한 팀된 프로농구 KT 맏형 신기성

입력 2009-09-18 00:00
업데이트 2022-08-0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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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팀 재건에만 몰두할 것”

│도쿄 임일영특파원│“송도중 1학년 때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농구 때문에 혼을 낸 적은 없었다. 수업을 다 받아야 공을 만지게 했고 성적이 떨어지면 혼찌검을 냈다. 칭찬에도 인색했다. ‘천재와 비범한 사람, 보통 사람, 모자란 사람의 네 부류가 있다. 넌 그냥 보통이다. 잘난 친구들 이상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못 이긴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KT 신기성이 전지훈련 캠프가 차려진 도쿄 잘시티(JAL CITY) 호텔 앞에서 올 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팀의 맏형이자 주장인 그는 올시즌 10개 구단의 실력 차이가 거의 없으니 KT의 돌풍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KT 신기성이 전지훈련 캠프가 차려진 도쿄 잘시티(JAL CITY) 호텔 앞에서 올 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팀의 맏형이자 주장인 그는 올시즌 10개 구단의 실력 차이가 거의 없으니 KT의 돌풍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전규삼 할아버지와 첫 만남

21년 전 전규삼(2003년 작고) 할아버지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눈가가 촉촉해진 주인공은 프로농구 KT의 맏형 신기성(34). 전규삼 옹은 유희영·김동광·이충희·강동희·김승현을 길러낸 ‘송도의 대부’. 천재적인 재능은 없었지만 할아버지의 가르침대로 한눈 팔지 않고 달려왔다. 덕분에 TG삼보 시절인 2004~05시즌 최우수선수와 우승 등 꿈을 일찌감치 이뤘다.

KTF(KT의 전신)로 옮긴 뒤에도 챔피언결정전까지 팀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총알탄 사나이’란 별명처럼 질주하던 그에게 지난 두 시즌은 악몽이다. 걸맞지 않은 기록을 냈고, 팀성적(8→10위)도 바닥을 쳤다. 데뷔 이후 10번째 시즌 개막을 앞둔 지금 다시 이를 악 무는 까닭이다. 언제나처럼 그의 밑천은 노력이다. 즐거울 때나 힘들 때나 곁에서 지켜준 아내에게 보답하기 위해 오늘도 농구화 끈을 바짝 조인다.

지난 4월24일 신기성은 회사에서 전화를 받았다. “전창진 감독이 새 사령탑이 됐다. 기자회견장에 나와달라.”는 것. 만감이 교차했다.

전 감독과의 인연은 2003년 TG삼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둘이 사제의 연을 맺은 첫 시즌(2003~04) 정규리그 우승과 챔프전 준우승을, 2004~05시즌에는 통합우승의 대망을 이뤘다. 그해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신기성은 고민에 빠졌다. 당시만 해도 TG삼보는 모기업의 경영 악화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

●“몸관리 잘해 3~4년 거뜬할 것”

“감독님한테 정말 미안했죠. 하지만 한 번일지도 모르는 FA인데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었어요. (김)주성이와의 샐러리캡 문제도 있었고 여러 생각을 했죠.” 결국 신기성은 KTF로 옮겼다. “일부에선 아직도 껄끄러운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대표팀에서 만나 다 털어버렸죠. 감독님이 꿍하는 스타일이 아니잖아요.”

전 감독과의 재회는 동갑내기 아내가 더 반겼다. TG삼보 때부터 각별했던 데다 두 시즌 긴 슬럼프를 겪은 남편에게 그만한 ‘채찍질’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취임하시던 날 그러시던데요. ‘너 때문에 왔으니까 잘해야 한다. 이렇게 농구인생 끝낼래? 팀에 대해 모르는 건 네가 얘기해주고 선수들과 다리 역할도 해줘.’”

올시즌이 끝나면 또 FA가 된다. 생각이 많을 때다. “FA 대박 같은 건 생각도 안 해요. 양희승과 현주엽이 은퇴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행히 기회가 다시 주어지는 것 같아 복이 많다는 생각뿐이죠. 농구할 수 있는 게 행복해요.”라고 말했다.

양희승의 은퇴로 팀 내 최고참이 됐다. KBL을 통틀어 열 손가락 안. 미래를 생각할 때다. “얼마나 더 뛸 수 있을까요(웃음). 아이도 둘이고 전혀 생각 안 할 수는 없죠. 그런데 아내랑 약속했어요. 일단 이번 시즌에는 농구에만 올인하고, 팀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나서 미래에 대한 생각도 하자고….”

태백과 원주에 이어 일본으로 이어진 혹독한 훈련을 신기성은 후배들보다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전 감독은 “워낙 몸관리를 잘 했다. 3~4년은 거뜬할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신기성은 “마음가짐이 달라졌죠. 어렸을 때처럼 야간운동을 따로 더 하지는 못 해요(웃음).”라면서 “우리를 7~8위 전력으로 본다지만 농구는 다섯 명이 하는 겁니다. 어차피 종이 한장 차이잖아요.”라며 웃었다.

글 사진 argus@seoul.co.kr

■ 신기성은 누구

▲출생 1975년 4월30일 인천생

▲학력 인천 산곡북초-송도중·고-고려대

▲체격 180㎝, 78㎏

▲별명 신교주, 총알탄사나이

▲취미 골프

▲주량 소주는 많이 못 마심. 섞어서는 좀(?) 먹는 편

▲경력 1998~99시즌 신인왕, 3점슛성공률 1위. 1999~2000시즌 스틸 1위, 2004~05시즌 3점슛성공률 1위, 베스트5, 최우수선수(MVP)
2009-09-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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