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16) ‘다큐3일’ 출연 뒷이야기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16) ‘다큐3일’ 출연 뒷이야기

입력 2011-09-07 00:00
수정 2011-09-0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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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근깨 민낯까지… 우리 도전 포장없이 전달

“궁금하고 보고 싶던 모습들 다 볼 수 있어 반갑고 기쁜데 마음이 짠하다. 어디 1승뿐이랴? 사랑하는 역사의 주인공, 바로 예쁜 그대들이라는 거! 무사하게 필승♥” 새벽 1시, 엄마한테 문자가 왔다. 방송 직후였다. 심장이 따뜻해졌다.

여자럭비 국가대표팀이 지난 4일 방영된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 출연했다. 제목은 ‘목마른 1승’이었다. 마(魔)가 끼었는지 저번 공중파 방송(VJ특공대) 때는 축구대표팀 A매치 때문에 밤 11시 30분으로 미뤄지더니 이번에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폐회식과 겹쳐 밤 12시가 다 돼서야 전파를 탔다.

상하이아시아대회(8월 27~28일) 후 일주일간 휴가를 받았던 대표팀은 이날 밤 다시 합숙소에 모여 꺅꺅 소리를 지르며 TV를 켰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지인들도 ‘본방사수’를 외치며 ‘매의 눈’으로 모니터링을 해 줬다. 응원메시지도 쇄도했다.

‘TV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는 어린아이는 아니다.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도 없다. 오히려 럭비대표팀이라는 걸 무슨 훈장처럼 여기며 우쭐거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더 크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 있는 이야기, 내가 하는 도전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영상은 글보다 대표팀 생활을 보여주는 데 편리했다.

특히 부모님에게 생활을 보여줄 수 있어서 흐뭇했다. 조용히(?) 기자를 하던 딸내미가 ‘돌연’ 국가대표를 하겠다며 한 달에 20일 집을 비우는 데도 묵묵히 응원해주신 부모님이다. 열흘마다 집에 와서는 절뚝거리고 파스냄새를 풍길 때도 가만히 지지의 눈빛을 보내줬다. 얼마나 궁금했을까. 까맣다 못해 빠져버린 발톱이나 주근깨가 생긴 맨얼굴이 전파를 탔지만 부끄럽지 않은 이유다.

우리팀은 그동안도 언론을 꽤 탔지만 ‘열정만’ 국가대표인 외인구단이라는 식의 보도는 힘을 쭉 빠지게 만들었다. 반면 이번 프로그램은 담담하게 우리의 생활을 잘 담아줬다. 힘든 훈련과정이 거의 안 나와 우리끼리 아쉬워했는데 주변에서 “정말 힘들겠다.”고 말해서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VJ들이 합숙소에 방을 잡고서 72시간 내내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를 들이댄 덕분이다.

여자럭비대표팀은 오늘도 ‘목마른 첫 승’을 향한 힘찬 뜀박질을 하고 있다. 여자 7인제대회(10월 1~2일·인도)는 코앞인데 추석명절이 끼어 있어 마음이 촉박하다. 쉴 시간이 없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1-09-0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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