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 2012] 발로텔리 ‘환상’ 시저스킥… 인종차별에 ‘한방’

[EURO 2012] 발로텔리 ‘환상’ 시저스킥… 인종차별에 ‘한방’

입력 2012-06-20 00:00
업데이트 2012-06-2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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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 야유 속 보란 듯 쐐기골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이탈리아의 ‘악동’ 마리오 발로텔리(22·맨체스터시티)가 19일 폴란드 포즈난 시립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일랜드와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C조 3차전에서 후반 45분 그림 같은 시저스킥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자력 진출이 불가능했던 이탈리아의 8강행을 자축하는 환상적인 골이었다. 코너킥 상황. 존 오셰이가 유니폼을 잡으며 저지하는데도 절묘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문제는 발로텔리가 엄지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 골 세리머니를 하려던 순간, 축하해 주기 위해 달려온 동료 수비수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본능적으로 발로텔리의 입을 틀어막았다. 발로텔리의 돌발행동을 사전에 막은 보누치는 경기 뒤 “발로텔리가 영어로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마리오는 매우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하면서 “만약 그런 성격이 없었다면 오늘 같은 멋진 골도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발로텔리를 옹호했다.

사실 발로텔리는 지난 15일 크로아티아와의 2차전에서 발생한 바나나 투척 사건으로 예민해져 있었다. 발로텔리는 유로 2012가 인종차별 행위로 얼룩지자 이 경기를 앞두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길거리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바나나를 던진다면 나는 그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가겠다.”는 과격 발언을 한 뒤 실제로 경기 당일 크로아티아 관중들에게 바나나 세례를 받았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크로아티아의 실력은 매우 좋지만 수백 명의 과격한 팬들은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 팬들은 19일 스페인전에서도 홍염을 터뜨려 경기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발로텔리는 지난 11일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카시야스 골키퍼와의 단독 찬스에서 기회를 놓쳐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설상가상 훈련 도중 부상으로 인해 이날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은 그의 기행을 걱정하면서도 한 골로는 8강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되자 후반 30분 디나탈레 대신 그를 투입했다. 아일랜드 관중들은 그가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우~” 하며 인종차별적인 야유를 보냈지만 발로텔리는 보란 듯이 시저스킥 한 방으로 답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2012-06-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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