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괜찮아… 내일이 있잖아

울지마, 괜찮아… 내일이 있잖아

입력 2012-08-31 00:00
업데이트 2012-08-31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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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여자월드컵 8강 한·일전

“울지마, 괜찮아.”

대한민국의 어린 소녀들이 30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여자월드컵 8강전에서 90분 내내 투지를 불태웠지만 1-3으로 져 4강 진출이 좌절됐다.

2002년 캐나다대회로 시작, 다섯 번째 대회 만인 2010년 대회(독일)에서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따낸 적이 있는 한국은 이로써 ‘난적’ 일본의 벽에 막혀 2회 연속 메달은 물론 4강 진입에도 실패하고 도쿄 하늘에 눈물을 뿌렸다. 일본과의 역대 상대 전적도 1승5패로 열세는 더 깊어졌다.

FIFA 랭킹 15위의 한국보다 3위의 일본이 역시 강했다. 더욱이 런던올림픽 축구 3~4위전이 주는 압박감, 최근 한·일 관계의 악화가 불러온 갑작스러운 관심이 어린 소녀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한 듯했다. 사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운 좋게 참가했다.

지난해 U-20 월드컵 지역예선을 겸해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여자축구대회에서 일본에 패해 4위로 본선 진출이 좌절됐지만 대회 개최지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일본으로 변경되면서 개최지 일본이 자동 출전권을 얻게 되자 갈 곳 없는 티켓을 운 좋게 잡은 것.

이후 한국은 지난 조별리그에서 강호 이탈리아와 브라질을 잇달아 꺾어 일본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심 기대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전술적인 면에선 미드필드에서부터 지고 들어갔다. 과감한 2선 침투도 아쉬웠다. 이른 시간에 실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전반 8분 한국의 골키퍼 백패스를 가로챈 시바타 하나에(20)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한국은 전반 15분 이금민(18·현대정과고)이 상대 수비를 제치고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전은하(19·강원도립대)가 침착하게 머리로 받아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이 대회 4번째 골.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국은 미드필더 다나카 미나·다나카 요코의 콤비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4분 뒤인 전반 19분 시바타에게 또 실점했다. 시바타는 미나의 측면 패스를 받아 마음 놓고 왼발로 슈팅, 추가골을 터뜨렸다.

기세가 오른 일본은 전반 37분 미드필드에서 한국 수비수를 흔들며 괴롭힌 다나카 요코가 히카리 다카기의 크로스를 오른발로 가볍게 차 쐐기골을 박았다.

한국은 후반 23분 이금민을 빼고 이소담(18·현대정과고)을 투입해 총공세에 나섰지만 추격 골을 만들기엔 체력과 시간이 모자랐다.

런던에 이어 2회 연속 한·일전 승리를 낚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한국 여자축구의 앞날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본선 무대를 밟고도 단기간에 경기력을 끌어올린 뒤 브라질 등 정상급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점은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최근 경색된 한·일 관계의 긴장감 속, 적진 한가운데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선제골을 내준 뒤 바로 동점골을 넣으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모습에서도 이들의 눈물을 닦아 줄 이유는 충분하다.

한편 나이지리아는 앞서 열린 멕시코와의 또 다른 8강전에서 연장 후반 4분 터진 데제레 오파라노지에의 헤딩 결승골로 1-0으로 이겨 4강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나이지리아는 31일 북한-미국의 8강전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2012-08-3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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