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세계 홀린 김연아 ‘뱀파이어 키스’ 몸짓

[사진] 세계 홀린 김연아 ‘뱀파이어 키스’ 몸짓

입력 2012-12-10 00:00
수정 2012-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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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캐릭터를 음악 속에 녹여 표현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의 예술적인 연기가 다시 한 번 세계를 홀렸다.



NRW트로피 시니어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가 열린 8일(현지시간) 독일 도르트문트 아이스스포르트젠트룸.

출전 선수 가운데 31번째인 김연아가 연습을 위해 모습을 드러내자 200여 명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의 관중석에서도 다른 선수들과 눈에 띄게 다른 동요가 일었다.

곳곳에 자리 잡은 한국인 팬들은 작은 태극기를 흔들거나 소형 응원 현수막을 펼쳐들고 열렬히 환호했다.

20개월 만에 돌아오는 피겨 여왕의 경기를 직접 지켜본다는 설렘이 링크 안팎으로 넘실거렸다.

운동복 상의를 벗고 본격적인 몸 풀기에 들어간 김연아가 점프를 선보일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가 선택한 배경 음악은 영화 ‘뱀파이어의 키스’의 주제곡이었다.

공포 영화 특유의 음산한 긴장감을 내내 유지하면서도 아련한 멜로디와 격정적인 절정이 이어지는 음악이다.

이 음악에 맞춰 김연아는 뱀파이어로 상징되는 관능적인 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피해자의 역할을 재해석해 보였다.

배경음악에 맞춰 선택한 의상은 파스텔 색조의 옅은 감색과 하늘색이 주조를 이뤘다.

앞면을 보석으로 장식해 화려한 느낌을 줬고, 쇄골에서 어깨를 지나 등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강렬한 붉은색 보석으로 이어붙여 포인트를 줬다.

뱀파이어의 희생자가 되는 순진한 여성의 목 주위로 흘러내리는 유혹의 선혈을 상징하는 듯했다.

김연아는 “뱀파이어에게 당하는 여성의 캐릭터인 만큼 검은색이나 붉은색 등 강한 색상보다는 여성스러운 드레스에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줬다”면서 “(유혹을) 부정하면서도 빨려들어가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자 김연아는 안타까운 표정과 함께 양팔을 휘저으며 풍부한 감정을 담은 몸짓으로 객석의 시선을 빨아들였다.

두 손을 모았다가 펼치고 때로 밀어내면서 복잡한 감정을 표현했다.

이어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 완벽하게 성공하자 링크는 떠나갈 듯한 환성과 박수로 뒤덮였다.

이어진 연기에서도 김연아는 앞선 선수들에 비해 월등히 빠르고 높은 도약으로 20개월 동안 여왕의 연기에 목말랐던 관중 앞에 마음껏 기량을 펼쳤다.

연기가 다소 불안하게 이어진 부분도 없지는 않았으나 풍부한 감성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김연아의 연기가 끝나자 링크 위로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많은 인형이 쏟아져 들어왔다.

연기에 젖은 듯 시종 심각한 표정을 짓던 김연아도 우렁찬 환호에 살짝 미소를 띄워 보였다.

전광판에 뜬 점수는 72.27점.

특히 예술적 표현력에 있어서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높은 점수로 채워져 있어 심판진들도 김연아의 연기에 소리 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 김연아는 예술점수(PCS) 34.85점의 고득점에 성공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프리·종합점수 모두 역대 최고점을 달성하면서 함께 기록한 최고 PCS인 33.80점을 뛰어넘는 놀라운 성적이다.

PCS를 구성하는 5개 세부 항목 모두에서 8점 이상을 받아 탁월한 표현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특히 해석 항목에서 8.94점, 연기·수행 항목에서 8.88점을 받았고 안무·구성과 스케이팅 기술 항목에서도 각각 8.75점과 8.69점을 찍었다.

가장 점수가 낮게 나온 전환·풋워크 연결 항목의 점수도 8.31점이나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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