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도 시즌중 사령탑 교체
프로스포츠에서 시즌 도중 사령탑을 바꾸는 건 극약 처방이다.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신영철(49) 감독을 내친 것은 전자가 될까, 후자가 될까.대한항공은 이미 3년 전 비슷한 처방을 썼다. 지금 희생양이 된 신 감독은 그때만 해도 수혜자였다. 2009년 2월 대한항공 인스트럭터로 영입된 신 감독은 그해 12월 진준택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뒤 감독대행을 맡았다. 당시 대한항공은 4승5패로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고 진 감독은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도 좋지 않았다. 신 감독은 대행이 되자마자 당시 팀 최다였던 10연승을 포함해 14승2패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대한항공은 LIG손해보험을 따돌리고 정규리그 3위를 기록,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프로배구에서 시즌 도중 감독 경질이란 충격요법이 먹힌 예는 적지 않다. 2008~09시즌 개막 후 25연패를 당했던 KEPCO는 공정배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중도 하차하고 차승훈 감독대행이 부임한 뒤 첫 경기였던 2월 21일 상무전을 이겨 마수걸이 승을 거뒀다. 그 뒤 KEPCO는 4승6패의 성적을 냈다.
2009~10시즌의 LIG 선수들은 박기원 감독이 물러난 뒤 코치였던 김상우 대행 밑에서 선전했다. 첫 경기인 2월 14일 우리캐피탈(현 러시앤캐시)을 풀세트 접전 끝에 꺾은 뒤 마지막 6라운드에서는 5승1패의 빼어난 성적으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 만년 3위에 머물던 대한항공을 창단 이후 처음으로 2010~11시즌 1위로 올려놓았고,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시키며 강팀으로 만든 것이 신 감독이었다. 그 밑에서 훈련해 온 선수들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후반기 성적이 나아지리란 보장이 없다.
대한항공은 이날 김종민(39)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하는 한편 문성준 전력분석관을 코치로, 은퇴한 센터 김형우를 트레이너로 불러올렸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2013-01-1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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