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개혁…한국 레슬링에도 기회 될까

끝나지 않은 개혁…한국 레슬링에도 기회 될까

입력 2013-09-09 00:00
업데이트 2013-09-09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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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규정 “한국에 유리”…이어질 개혁에도 대비해야

레슬링이 2020년 하계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불안에 떨던 한국 레슬링도 한숨을 돌렸다.

레슬링은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에 금메달 11개와 은메달 11개, 동메달 13개를 안긴 전통의 효자 종목이다.

건국 이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주인공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의 양정모였다.

양정모의 뒤를 이어 두 체급에서 금메달을 휩쓴 심권호를 비롯해 박장순, 안한봉 등 한국 레슬러 가운데에는 ‘영웅’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힘든 종목’이라는 인식 탓에 점차 유망주가 줄어들었고 국제무대의 바뀐 규정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바람에 최근에는 고배를 마실 때가 많았다.

2004년 아테네에서 정지현이 금메달을 따낸 이후 지난해 런던에서 김현우가 정상에 오를 때까지 새로운 금맥을 찾으려 8년을 기다려야 했다.

이렇게 효자 종목의 위상이 흔들리던 한국 레슬링은 올해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핵심종목 탈락이 결정되자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이후 국제레슬링연맹(FILA)이 뼈를 깎는 개혁에 나선 끝에 정식 종목 지위를 되찾으면서 당장의 불안감을 지울 수 있게 됐다.

이제 한국 레슬링의 다음 목표는 개혁의 물결 속에서 얼마나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느냐에 쏠린다.

바뀐 경기방식은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새 규칙의 핵심은 세트제를 없애 3분 2회전의 총점제로 돌아가고, 패시브제도를 수정한 데 있다.

이에 따라 경기가 보다 공격적으로 바뀌고, 쉬는 시간이 줄어들어 선수의 체력에 따라 역전극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판정 시비도 줄어들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체력이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타고난 근력은 뒤지지만 고된 훈련으로 강인한 체력을 길러 온 한국 선수들이 강점을 보일 수 있다고 레슬링인들은 분석하고 있다.

대한레슬링협회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새 규칙이 적용되 치러진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예전보다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장밋빛 전망 속에 기대만 품고 있어서는 안 된다.

레슬링의 개혁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당장 FILA는 이달 중순 세계선수권대회와 함께 열리는 이사회에서 여자 자유형의 체급을 늘리고 규칙의 세부 사항을 수정하는 등 거듭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여자 자유형이 늘어나면 남자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의 체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각 체급의 기준 체중도 바뀌는 격변이 예상되는 만큼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여자 자유형의 저변을 넓히는 것도 급선무다.

앞으로 이어질 개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스포츠 외교의 역량을 키워야 할 필요성도 크다.

한 차례 위기를 겪은 레슬링은 앞으로도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끊임없는 개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 레슬링에 불리한 변화는 최대한 줄이고, 유리한 개혁에는 힘을 실어야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여전히 한국 레슬링은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레슬링협회는 1982년부터 삼성그룹의 지원 아래 좋은 선수들을 길러 왔지만, 지난해를 끝으로 삼성이 지원을 중단해 최근에는 새로운 후원사를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의 지위는 보장받았지만, 힘든 운동을 기피하는 현실 속에서 유망주를 찾기 어려운 여건은 여전하다.

앞으로 끝없이 이어질 세계 레슬링의 ‘영구 개혁’ 과정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목소리를 반영시키느냐에 한국 레슬링의 미래가 달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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